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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Aug 31. 2019

온도차

전에는 포천과 서울이 꽤 가깝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시외버스로 1시간 10분 정도만 가면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휴가만 자주 나온다면 애인의 얼굴을 보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말출을 없애고 매달 3~4일씩 쪼개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려운 군생활이었지만 매달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매일을 버틸 수 있었다.


휴가만 바라보며 지내기를 14개월, 그러나 그녀와 나는 결국 헤어졌고 8월 초의 휴가를 마지막으로 나는 말출 전 모든 휴가를 포기했다. 의도치 않게 15일짜리 말출이 생긴 셈이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내가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졌으니 나가 나는 단지 먹는 것이나 조금 나아질 뿐이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휴가는 매번 짧기만 했는데 헤어진 후 맞이한 첫 휴가는 그렇게 길고 적적할 수가 없었다. 나가는 건 설레지 않고 돌아오는 건 언제나처럼 착잡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이곳과 서울이 생각보다 많이 멀다는 것.


일단은 수도권이기에 하늘은 서울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침마다 창밖날씨를 알려주곤 했었다. 비가 오니까 우산 꼭 챙겨라, 날이 쌀쌀하니 외투 입는 게 좋을 것 같다, 날씨 좋은데 너랑 산책 가고 싶다, 등등. 대부분은 맞았지만 다를 때도 많았다. 특히 부대 주변에 산이 많은지라 서울보다 쌀쌀한 편이었고, 비가 와도 국지성 호우인 경우가 잦았다. 잘못된 정보로 낭패를 보면 미안한 마음에 매번 미안하다는 얘기를 반복했는데, 이런 점도 많이 질리지 않았을까 싶다.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자주 했으니까,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습관을 나에게서 잘못 배웠다고 토로했으니까, 그녀가.


서울과 달리 이곳은, 오늘도 춥고 쌀쌀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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