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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Nov 12. 2019

나의 자리

당신과의 결말을 상상하지 못 할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 사실은 진작에 끝이 났고 끝을 끝으로 인식하지 못 하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일상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잡히지 않는 꿈은 치사할 정도로 아름답고 눈부시기에 나는 오늘도 차라리 환각 속에 빠져 죽겠다고 결심한다. 사랑에 고하는 안락사를 준비하는 양 나는 충분히 마취되어 있다. 무언가 잃어버리더라도 나는 알지 못 할 것이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얇은 자존심이든. 그러나 당신과 만날 자격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만큼은 모든 마취와 거짓말을 단숨에 뚫어버린다. 채우지 못 하는 공허한 마음의 끝이 이제야 보인다. 간신히 붙잡은 짝사랑의 외줄마저 끊기면 나는 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 향할 곳 없는 사랑은 내면을 파고드는 가시로 자랄 것이다. 나의 자리는 본디 이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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