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일상] 케첩이 뭐길래?!

시각 차이

by 호호월드




로나19로 집곡이 주 생활라이프가 된 지 6개월이 넘었다. 유아기를 졸업하고 학령기에 들어선 아들이 있지만, 어린이집 졸업식도, 초등학교 입학식도 없이, EBS 방송을 보며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요즘이 어떻냐고 묻기조차 무섭다. 가정교육이 더욱 중요해 지금, 아이와 등산을 가기로 했다. 자연이라면 언제든 최고의 선생님이 되어 줄 것 같았고, 결혼 후 정신없이 살아온 나에게도 젊은 시절 즐겨했던 등산이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집에서 가까운 산을 찾아 한 봉우리씩 정상에 올랐다. 처음에는 1~2시간 걸리던 것이 어느덧 4~5시간이 걸렸고, 9~10시간까지 걸리는 장거리 코스로 바뀌었다. 여덟 살 아들도, 마흔 아빠도 힘들었지만, 점점 산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쾌청한 가을 하늘은 산 아래서 본 정상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고, 마치 나의 이상과 결을 같이 하는 것만 같았다. 하늘 무섭게 치솟는 도심의 아파트 값도, 모두 고만고만해 보이는 착각도, 산 정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락 중 하나였다. 주말 산행 시간이 길어지면서, 평소 간편한 간식만 챙겼던 내가, 한 끼 든든히 먹을 수 있는 도시락까지 필요해졌다.


"여보, 우리 도시락 하나 부탁합니다"


적은 양에도 든든한 찹쌀밥에 짭조름한 어묵볶음과 신선한 야채가 들어간 고기가 곁들여지니, 긴 산행에도 힘이 났다.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추억의 소시지를 반찬으로 부탁했다. 아빠의 옛 추억을 아이와 함께 먹으면서, 좋은 대화의 소재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소시지 도시락을 싸던 아침, 아내가 맛 좋은 소시지를 뜨거운 물에 데쳐내고, 반찬통에 담았다.


"여보, 케첩은 안 뿌려주나요?"



"같이 넣으면, 반찬통이 뒤범벅되니, 여기 따로 담아놨어요!"


나는 소시지와 케첩이 따로 담긴 도시락이 싫었다. 케첩만 따로 넣은 작은 일회 용기를 들고 가는 것도 번거럽게 보였고, 행여나 배낭에서 눌러져 터진 모습을 생각하니, 더욱 끔찍했다. 그냥 도시락 통 소시지에 그냥 뿌려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그게 아침부터 여보의 마음을 건드렸나 보다. 냉장고에 넣어버리고는, 버렸다고 말한다.


"냉장고 안에 케첩 있구먼"


"내 마음속에는 벌써 버렸어요!"


나도 뭔가 참을 수 없는 화가 올라왔다. 담다 만, 도시락 두 개를 배낭에 각각 쑤셔 넣고, 아이와 나와버렸다.

등산하는 내내, 산에서 케첩 없는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복잡한 심경. 아이가 등산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이 힘든 걸 '왜 간다'고 유난 떨었는지,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현실세계로 얼른 가고 싶었지만 가고 싶지 않은, 선택의 역설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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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전날, 여보는 어린 둘째가 밤새 보채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 걸 알게 됐다. 소시지에 케첩이 있던 없건..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종일 좋지 않은 마음으로 산행을 했을 까.. 도대체 그 케첩이 뭐라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다음 날 아침, 미안한 마음에 설거지도 하고, 집 청소도 미리 하며, 모두가 잠든 일요일 아침을 반성하며 시작하고 있다. 나이 사십에도 이런 일로 마음이 상하고, 티격태격하며 지내는 우리는.. 뭐지? 더 잘하겠다는 마음과 그 의지를 담아,



"미안했고, 사랑하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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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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