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 어둠이 밀려올 때 작고 어린 아이의 얼굴엔 웃음과 행복함이 그대로 피어났다. 내일 아침이 되면 얼굴에 가득한 웃음과 행복함 대신 눈물과 슬픔이 그 순수한 아이의 얼굴에 피어나게 될 거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테니까...
그 아이에게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고 난 후유증을 가진 언니가 있었다. 그 아이는 친구를 원했으나 그 아이의 언니가 앓았던 병이 옮겨져 자신들도 그렇게 불편하게 살 거라는 두려움에 그 아이는 늘 혼자였다. 친구의 집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은 빈번했기에 그 아이는 끊임없이 다른 방법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 친구의 집 앞에 섰던거 같다.
그날 아침, 그 아이의 손에 포장도 뜯지 않은 '바비인형'이 들려있고, 친구의 집 앞에서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갈망해가며 서 있다. 왠일인지 친구의 집 대문이 열리고 얼굴에 웃음을 가득담고 조심스래 들어간다. 얼마 후 담장 밖으로 그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에는 행복함이 가득 묻어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어둑어둑 어둠이 밀려온다. 아이도 친구의 집에서 웃음과 행복함을 가득 담은 얼굴로 가지고 갔던 '바비인형'이 없는 빈손으로 돌아 나온다. 친구에게 '안녕'이라고 손 흔들며 인사하는 소리에도 '행복'이 가득하다.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아이의 손에 '바비인형'이 들려있다. 친구의 손에 들려진 '바비인형'을 보고도 아이는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하며 자신의 집을 향해 걷고 있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다시 그 친구의 집 앞에 서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집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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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그 아이는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한다. '나는 바비인형으로 친구를 사 본 경험이 있는데...그건 반나절만 효력이 있다'고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로 담담히 이야기한다. 아프다.
그 아이의 어린시절에 경험했던 관계에서의 상처는 성인이 된 지금도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상처가 되살아나 불안이 올라온다.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진심을 쉽게 평가하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마음을 의심하고, 그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행동으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했었다.
어린시절의 상처때문에 방어적이 되어버린 행동과 마음을 버텨주고 누군가 이해해주고 버텨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같이 치유를 향한 길 위에 있었다면 아마도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지는 않았었을거라는 것을 잘 안다.
지금 이 아이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그가 마지막 사랑이길 기도한다. 어린시절 상처받고 닫아버린 마음의 문을 사랑하는 그가 열어주길 바라면 두 사람이 잡은 손을 잡고, 그 아이가 가지고 상처까지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길 기도한다.
상처받은 작은 새가 관계에서 자유롭게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