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에서 다시 '둘'이 되었어요.

꼼꼼한 잡담 2 |

by 꼼꼼

5월,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흩어졌던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어요.

인천으로 이사 후에 처음으로 오게 된 집.

5층인데 엘베가 없는 관계로

각자 두 개씩 들고 온 23k 캐리어를 총 4개를 메고, 들고 올리는 숨 막히는 일을 보냈죠.

그렇게 우리는 완전체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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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지낼 때는 몰랐던,

빨래의 양, 순식간에 가득하는 분리수거함, 수시로 날아오는 택배, 이거 뭐 넷이 되니 뭐가 분주해졌어요.

매일 같이 밥 달라는 이 청년들을 어찌할까요. ㅡ.,ㅡ;;;

지들이 먹었으면, 설거지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매번 저녁마다 난리통이었습니다.


좁은 집에 북적북적…

첫째는 첫째대로 알바니, 남친 만나느니 바쁘고,

둘째는 밀린 게임을 늦게까지 하느라 바쁘고,

그렇게 더운 여름을 지났습니다.


유난히 덥고 길었던 8월 여름의 끝자락에서

첫째는 다시 23k의 캐리어 두 개와 작은 캐리어 그리고 백팩까지 가득 뭔가를 담아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는 여정에 비행기 연착 되어 대기 타고, 가방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우여곡절 끝에 그랜드 래피즈 도착해서 지금은 자신의 일상으로 잘 돌아 간 듯합니다.

마지막 학년이라 인턴도 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고, 알바도 해야 하고, 뭐가 바쁜가 봐요.

특히, 요즘 미국 상황이 복잡하다 보니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셋이 되어 여름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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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어느 날,

둘째가 해병대 입대를 했네요.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다 하니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군인의 가장 큰 사명은

“건강하게 집을 떠난 만큼 건강하게 집에 돌아오는 것이 사명이다. 건강하게 집에 돌아가기 위하여 훈련도 하고 배우기도 하는 것이라”라고 이야기해 주었죠.

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몸도 마음도 상처 나지 않고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다시 둘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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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는 아이들에게 여행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었어요.

여행의 목적지는 ‘집’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멋진 오로라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서서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하더라도,

결국 그 여행의 종착지는 집이죠.

여행이란 여정임을, 그 여정을 즐기는 것임을 우리 아이들이 알았으면 했어요.

여정에는 생각지 못한 일도, 지연되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인내의 순간도 있겠죠.

그 여정이 지나면, 다시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임을…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방을 정리해 둡니다.

시트를 빨고, 건조하고, 후다닥 떠났기에 미처 정리 못한 녀석들의 공간을 준비해 둡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쉬고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거죠.

곧 올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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