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숨 05 |
태산(太山)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조선시대 양사언이 쓴 시다.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외웠던 시다.
어떻게 초5를 기억하냐고? 내가 시를 무작정 외웠던 시기가 그 때다.
당시 국어 시험이 시조 21수를 외워 쓰는 것이었다.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시험...
여하튼 이 시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꽤나 나의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는 곳이 없을 것이라는 말.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결국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이 희망을 주는 격언이었다.
지금이야 나를 배신하고 만 '노력'이지만 말이다.
배신뿐이랴.
오르고 또 오르면 더는 오르지 못하는 지점에 도착했으나.
다른 사람은 더 높은 곳에 서 있다.
나는 야 힘들게 올랐던 산이 동네 뒷 산 정도이니.
백두산을 오른 그 사람은 나 보다 한 참이나 높다. 물론 그도 알게 될 것이다.
히말라야를 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오르고 올라 더는 오를 곳이 없으니 어쩌겠나.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올라갈 때도 주의할 것이 있지만, 내리막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칫 내리막을 얕보다가는 다리에 알 배기고, 속도를 이기지 못해 넘어지기도 한다.
아직 할 일 많다고는 하지만,
십 년 하고도 몇 년 후면 나라에서 공짜로 버스를 태워 준다.
오르고 또 오르니 더는 오를 곳도, 오를 힘도 없다.
지혜로운 내리막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