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곰하게 정의하는 경쟁력(競爭力)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세상에는 항상 등수가 있다.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상품"이 되려 노력한다. 그리고 단점을 커버하며 육각형 인재가 되기 위해 애쓴다.
경쟁자와 비교우위를 정하는 싸움은 '레드오션(Red Ocean)'이다. 나보다 젊고, 돈 많고, 매력 있는 사람은 어디든 있다. '더 잘함(Better)'의 영역에서 1등은 한 명뿐이다. 기술의 발전은 시공간 한계의 극복을 가져다주었지만, 반대로 "승자독식 (The Winner Takes It All)"의 비극도 함께 던져 주었다.
경쟁력은 '대체불가능함'에서 나온다. 1등을 하는 것도 경쟁력이다. 제일 잘하는 사람은 대체하기 힘들다. 하지만 1등은 하나다. 또한 영원한 1등은 없다. 부질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교우위만으로 경쟁력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너무 고생스럽다.
경쟁력을 갖추는 또 하나의 방법은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즉,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다.
2 011년 L사의 '스타일러'가 나왔다. 이 제품을 보고 머릿속에 '발상의 전환', '새로운 시장 창조', '블루오션'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이전의 세탁기는 누가 더 세탁 통을 빨리 돌리는지, 누가 진동을 더 줄이는지 경쟁했다. 전형적인 '스펙 경쟁'이었다. 하지만 세탁기는 세탁기다. 스펙이 더 좋은 제품이 나오면 외면받고, 더 저렴한 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는 갈아탄다. 이 피 튀기는 경쟁에서 나온 스타일러는 더 좋은 '세탁기'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이었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의 '블루오션 전략' 중, '4가지 액션 프레임워크 (ERRC Grid)'를 스타일러에 적용해 보자.
제거(Eliminate) :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고객에게 별 가치가 없는 요소 제거
세탁기 설치에 필수였던 수도 연결관과 거대하게 회전하는 세탁통을 과감히 없앴다. 업계는 더 많은 용량, 더 높은 출력에 몰두하지만, 소비자는 세탁 과정을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청결함, 결과가 중요하다. 스타일러는 "옷을 빨려면 물에 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제거하였다. 그 결과 스타일러는 방 안에 둘 수 있는 가전제품이 되었다.
감소(Reduce) : 표준 이하로 과감하게 줄여도 되는 요소 줄이기
세탁은 때와 냄새를 뺀다. 하지만 소비자는 매번 옷을 빨고 싶지 않다. 옷감이 닳기도 하고 과정이 귀찮다. 스타일러는 '매일 빨아야 하는 부담'과 '세탁소에 맡기는 비용/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다. 매일 입는 교복, 정장 또는 두꺼운 코트는 더욱 그렇다. 스타일러는 때를 빼지 않는다. 하지만 냄새를 빼고 주름을 펴준다. 즉, 입고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청결하게 해 준다.
증가(Raise) : 업계 표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공해야 하는 요소 증가
편의성을 높였다. 귀가 후 옷을 옷장에 걸어두듯 넣으면 된다. 세탁물을 빼서 널지 않아도 된다. 그냥 꺼내서 입고 나가면 된다. 세탁기보다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창조(Create) : 새로운 가치 요소 창조
제거, 감소, 증가를 통해 세탁(Washing)이 아니라 '관리(Care)'가 된다. '매일 빨 수 없는 옷을 관리한다'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이 전략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것도 타당해 보인다. 열심히 스펙을 올리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다만, 노력이라는 자원은 유한하다. 때문에 효율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은 입장권의 성격이 강하다. 운전면허는 시험 70점을 맞아도 나오고 100점을 맞아도 나온다.
이 전략의 시작은 '고객이 누구인가'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조인성 주연의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황 회장이 주인공 병두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딱 2가지만 알면 돼. 자기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우리는 막연히 스펙을 쌓을 게 아니라, 나의 뾰족한 재능을 '누가' 필요로 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내가 가진 자원을 활용하는 블루오션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날을 갈아 뚫을 곳을 정해보자. 세상에 정해진 장단점은 없다. 오직 '특징'만이 존재한다.
나는 문과 출신이다. 경력을 쌓으며 자격증을 따고 엔지니어들과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속에서 공대 출신 성골이 아닌 육두품이었다.
그래서 문과적 기질을 장점으로 살리려 했다. 각종 프로젝트에 필요한 '글쓰기'와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아 했다. 딱딱한 기술을 말로 풀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또한,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사출기의 온도와 시간 설정에 따른 내부 흐름을 설명할 때, "고기 구울 때 불이 너무 세면 겉만 타잖아요"라며 시작했다. API를 설명할 때, "나 대신 뭐 시키려면 인감증명 떼 줘야 되잖아요"라며 비유를 들었다. 글쓰기와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하면 항상 나서서 아이디어를 나누었고, 점점 관련 업무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회사의 제품을 돈 주고 사가는 소비자만 고객이 아니다. 만일 내가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면 내 고객은 영업부 직원일 수도 있다. '고객'이라는 단어를 재정의 하는 것 만으로 관점이 넓어진다. 생각을 넓히면 내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눈에 보인다. 그만큼 다양한 니즈를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장점이나 단점은 없다. 오직 '특징(Feature)'만 있을 뿐이다. 내가 가진 특징을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쓰면 '경쟁‘을 해야 하지만, 전혀 다른 맥락에 믹스매치하면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가진 것을 어떻게 편집하는지에 따라 달렸다.
당신이 가진 콤플렉스, 남들과 다른 엉뚱한 이력을 부정하지 말고 긍정해라.
그것을 낙관하여 증가시키고 비관하여 감소시키면 경쟁력이 된다.(긍정은 낙관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당신을 스타일러로 만들어줄 핵심 재료일지도 모른다.
특징을 가감하여 만드는 대체불가능한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