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幸運) : 대천명(待天命)전에 진인사(盡人事)부터

꼼곰하게 정의하는 행운(幸運)

by 꼼곰

행운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의 어떤 행위가 보이지 않는 시너지를 일으켜 결과로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 우연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인지 따져 보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운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결과를 두고 원인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내가 주목한 요인을 기반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주식시장 같은 복잡계의 영역이다. 최대한의 고민 끝에 나는 행운을 이렇게 '가정'했다.


"행운이란, 하늘이 나를 도와주는 현상이다."


가정을 전제로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만약 정말로 하늘에 누군가 있어서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그 절대자는 누구를 도와주고 싶을까?'


옛 성현들의 지혜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보통 '대천명(하늘의 뜻)'에 집중하며 기도를 올리지만, 나는 방점을 앞부분인 '진인사(사람의 일을 다 하고)'에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늘의 뜻을 받으려면 사람의 할 일을 다 하라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요행만 바라는 사람에게 주고 싶을까, 아니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묵묵히 땀 흘리는 사람에게 주고 싶을까? 전자는 얄밉고 후자는 가엽다. 나는 당연히 후자 일 것 같다.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거짓말을 할 때도 100%의 거짓보다는, 일부 사실을 섞어야 선동에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목적은 끔찍하지만, 역설적으로 거짓말의 작동 원리를 꿰뚫는 말이기도 하다. 하늘이 내게 거짓말 같은 기적(행운)을 선물해 주려 해도, 그것을 만들 '최소한의 소재(노력)'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노력도 없는 '0'의 상태에서 기적 같은 행운을 만들어 내려면 창작자(하늘)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


행운을 설명하는 말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도 있다. 세상사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패배주의적으로 해석하면 "노력해 봐야 운 좋은 놈 못 이긴다"가 되지만, 주체적으로 해석하면 "최소한 3할은 내가 채워야 한다"는 뜻이 된다. 나는 이 3할의 노력을 '그물'이라 부르고 싶다.


하늘에서 금은보화가 7만큼 내린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엮어놓은 노력의 그물이 촘촘하다면 많이 받아낼 수 있을 것이고, 그물이 엉성하거나 아예 없다면 운은 내 삶을 그대로 통과해 바닥으로 흘러버릴 것이다. 행운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는 날벼락이 아니다. 내 노력으로 촘촘하게 짜 놓은 삶의 밀도에 우연이라는 기회가 걸려드는 필연적 사건이다.


그렇다면 운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리스크(Risk)를 '계획(의도) 하지 않은 결과'로 정의하며, 여기에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모두 포함된다.


이에 따르면, 길을 가다 만 원을 주운 것도 리스크고, 만 원을 잃어버린 것도 리스크다. 주우려고 계획하지 않았고, 잃어버리려고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 원을 주운 것이 곧 행운이고, 잃어버린 것은 곧 불행일까?


만 원을 잃어버려 택시를 못 타고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에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반대로 복권 당첨이라는 거대한 행운이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경우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한다.


결국 운(Event)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그것을 '행운(Good Luck)'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나의 '깜냥'이다. 그 깜냥이 바로 나의 '그릇'이다. 그릇이 작은 사람에게 들이닥친 큰 운은 그릇을 깨뜨리는 재앙이 되지만, 노력으로 그릇을 키운 사람에게 운은 차고 넘치는 축복이 된다.


행운의 메커니즘을 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1. 행운을 주는 존재가 있다면, 요행을 바라는 자보다 노력한 자에게 주고 싶을 것이다.

2.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나려면, 그 기적의 소재가 필요하다.

3. 운을 받아내려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 3할 이상의 그물을 촘촘히 짜야한다.

4. 다가온 운을 행운으로 완성하는 것은 결국 나의 그릇 크기다.


그래서 나는 순서를 지키기로 했다.

하늘을 쳐다보며 대천 명하기 전에, 땅을 딛고 진인사부터 하기로.

요행을 바라기보다 내 몫의 3할을 치열하게 채우고,

어떤 운이 오더라도 담아낼 수 있도록 나를 수양하며 그릇을 키우기로.


이것이 내가 정의한 행운을 대하는 태도다.





꼼곰하게 정의해 본 "행운"이란?

진인사(盡人事)한 사람만이 받아낼 수 있는 대천명(待天命)의 응답.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 : 나만의 단어장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