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自信感) : 기세를 따라 하는 게 아니다.

꼼곰하게 정의하는 자신감(自信感)

by 꼼곰

목소리가 크고, 제스처가 당당하며,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을 보며 "자신감이 넘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밖으로 풍기는 '기세'일뿐, 자신감의 본질 그 자체는 아니다.


한자 그대로 자신감(自信感)은 '스스로(自)를 믿는(信) 감정(感)'이다. 타인에게 내 기세를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의 문제다.


많은 사람이 이 인과관계를 혼동한다. 그래서 주눅 든 사람에게 "자신감을 좀 가져!"라고 주문한다. 이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를 흉내 내라는 말과 같다. 내실 없이 겉모습만 당당한 척하는 것을 우리는 '허세'라고 부르며, 근거 없이 목소리만 큰 것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비꼬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짜 자신감, 즉 '나를 믿는 힘'의 근거는 어디서 오는가?


첫 번째는 철저한 준비'다. 발표나 시합 같은 특정한 사건 앞에서의 자신감은 준비의 양과 비례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은 막연한 "할 수 있다"는 응원이 아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낫다. "그동안 준비한 것을 그냥 보여주면 돼." 이 말은 그 사람의 머릿속에 '준비했던 시간'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소환한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때, 떨림은 확신으로 바뀐다.


두 번째, 삶 전체를 관통하는 자신감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태도'에서 온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약속을 한다. "올해는 꼭 금연해야지", "내일 아침에는 운동을 가야지", "5분만 쉬고 다시 공부해야지." 하지만 너무나 쉽게 이 약속들을 어긴다. 타인과의 약속을 어기면 신뢰를 잃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에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다. "내일부터 할 거야"라고 말하며 눕는 순간, 무의식은 알고 있다. 내가 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이러한 사소한 배신이 반복되면 무의식 깊은 곳에 '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데이터가 쌓인다. 내가 나를 불신하는데, 어떻게 남이 나를 믿어주길 바랄 수 있겠는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의 눈빛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타인은 기가 막히게 그 불안을 감지한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무기력함은 무엇보다 무섭다. 뼈저리게 느껴봐서 알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었다. 부모님께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지원을 받아 가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일일 퀘스트만 해야지' 하고 켠 게임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시 해가 중천에 뜰 때 일어나는 악순환의 반복.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마치 밝은 미래가 예약된 것처럼 허세를 부렸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할 수 없었다. 나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해야 될 것을 하지 않아서' 오는 스트레스가 늘 나를 갉아먹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해야 될 것을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삐뚤어진 시선으로 억지 자존심을 세우다가도, 돌아서면 스스로를 경멸하며 낙담하기를 반복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솔직한 말이라곤 고작 이런 것들뿐이었다."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나도 이런 내가 싫어."


도저히 혼자 힘으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복을 선언하고 부모님께 돌아갔다. 내가 가진 문제를 상세하게 고백했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부모님은 포기를 질책하는 대신 "이제야 정신 차린 것 같다"며 응원해 주셨다.


의지를 믿을 수 없었다. 대신, 나를 움직이게 할 '환경'을 믿기로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물류 센터에 나가기 시작했다. 강제된 출근 시간을 지키고 땀 흘려 일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은 조금씩 회복되었다. 동료들의 인정과 칭찬을 받으며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이 돌아왔다.


그 작은 성취들이 모여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지금은 전공과도, 그때 준비하던 시험과도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진정한 자신감은 이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기억으로 쌓인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람은 '얕은 물에 부서지는 파도'와 같다. 해변을 집어삼킬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들지만, 이내 하얀 거품이 되어 힘없이 부서지고 만다. 겉만 화려할 뿐, 그 안에는 묵직한 힘이 없다.


반면,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대양을 흐르는 해류'와 같다. 겉보기엔 잔잔하고 고요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수면 아래에는 거대한 대양을 움직이는 압도적인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그들은 외부의 칭찬을 갈구하지 않는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라는 견고한 자기 신뢰가 있기에, 스스로 답을 찾고 돌파해 나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신감은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증명할 뿐이다. 스스로 쌓아 올린 신뢰 위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조용히, 그러나 가장 강력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실패를 '내 능력의 부족'이 아닌 '수정해야 할 데이터'로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믿음직스러운 동료와 함께 할 때 그 든든함을 생각해 보자. 그 동료가 나 자신이 되어 평생 나와 함께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두렵지 않을 것이다.


"영어를 잘해야지" 하고 마음만 먹는다고 영어가 늘지 않는다.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감 또한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니다. 지속해서 나와의 약속을 지켜나가며 쌓는 훈련의 영역이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쉬운 단어부터 외워가듯,

오늘 당장 '자신과의 사소한 약속 지키기'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꼼곰하게 정의해 본 "자신감"이란?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며 쌓는 나에 대한 신뢰.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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