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주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지만, 안좋은 기억만 남아

by 초봉

『회사생활은 극과 극』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도저히 이 회사는 안되겠다', '왜 이렇게 괴롭히니', '내가 곧 때려치고 만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을 것이고, '이 정도면 회사에 다닐만하네.', '정말 보람찬 하루였어.'라고 느끼는 날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늘 좋거나 나쁠 수는 없다. 어떤 상사가 '1주일에 한 번 정도 회사에서 웃을 일이 있다면 괜찮은 회사'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또한 어느 정도 옳은 말이리라.


회사생활을 정리하는 시점에, 지난 한 주는 내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즐거웠을 때를 생각해보고, 그 경험을 토대로 최악의 날과 최고의 날을 만들어 보았다. (※ 내 경험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 주관적인 요소가 매우 강할 수 있음을 이해바란다.)


『최악의 날』


알람을 3번이나 멈추고서야 일어날 수가 있었다. 지난밤 의미 없는, 그러나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회식으로 일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회식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부서장에게 많은 부분을 건의했지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늦게 일어나 부랴부랴 씻고 출근하려고 하는데 비가 온다. 우산을 쓰지만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비 수준이 아니라 출근을 하면서 홀딱 젖는다. 시작부터가 별로인 하루다.

업무시간이 시작되기 30분 전 부서 회의를 실시한다. 어제 회식 자리에서 오가던 이야기에 대한 부서장의 변명과 질책이 이어진다. '결국 이럴 것을, 괜히 이야기했네'라 생각하고 있는데, 최근 회사 상황이 많이 어렵다며 강요는 하지 않겠으나 '자발적으로' 연장근무(잔업)를 시행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허탈한 웃음이 났다.

본격적으로 업무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며칠 동안 작성한 보고가 있는 날이다. 팀장이 지시한 바를 부서장을 통해 전해 듣고 보고서를 작성했고, 부서장에게는 이미 어제 보고를 마친 상태였다. 팀장에게 보고를 하고 크게 깨졌다. 부서장에게 지시한 방향과 이 보고서의 내용이 너무도 다르니 새로이 작성해서 금일 중 다시 보고를 하라는 것이다. 부서장에게 다시 가서 이 사실을 이야기하니 '본인도 팀장과 같은 방향으로 지시했고, 너가 이해를 못한 것이다'라고 한다. 뭐...포기다. 본인이 했던 말을 바꾸는 것이 한 두 번도 아니고. 덕분에 내가 오늘 하고자 계획했던 업무는 못할 것이고, 나는 밤 늦게 퇴근을 하겠지.

재무팀에서 소집한 회의에 참석을 한다. 우리 부서에서는 부서장과 실무자인 내가 참석하였는데, 재무팀에서는 내 입사 동기쯤 되어 보이는 대리가 주관을 한다. 최근 우리 부서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니 30%를 줄이라고 한다. 사용출처와 사유를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재무팀에 근무하는 다른 동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재무팀은 오히려 예산을 늘리고 있다고 하던데.

어제 먹은 술 해장도 할 겸 점심시간에 따뜻한 국물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는데, 팀장주관 도시락 간담회를 한다고 한다. 해장은 물건너간 소리다. 팀장은 어떤 주제라도 좋으니 각자 한마디씩 할 것을 요청한다. 몇몇 사람이 업무 프로세스와, 건의 및 애로사항을 이야기 했지만, 팀장의 대답은 결국 돌고 돌아 '불가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뒤로는 다들 '너무 즐겁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가 멘트가 된다. 팀장은 흡족하게 생각하고며 '본인만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회사를 위해서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역겨운 마음에 먹었던 점심이 다 올라오려고 한다.

점심도 먹었으니 내 할 일을 하리라. '한량'이라 불리는 옆부서 차장이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한다. 최근 진행하는 어떤 주제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것인데, 미리 공지가 없었기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으니 회의가 길어진다. 하품하는 사람, 휴대폰 보는 사람, 시계만 보는 사람...20명 중 3명만 이야기 하고 나머지는 주제조차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회의가 계속 된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하나 너무 지쳐 능률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부서장이 호출을 하기에 가봤더니 황금연휴에 올려놓은 연차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기 시작한다. '내가 법적으로 정해진 연차를 사용하는데 설명이 필요한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차 사용 사유에 대해 설명한다. 부서장은 다른 사람들은 연휴를 반납하고 다들 고생하는데, 그렇게 며칠씩 연차를 쓰고 쉬는 건 동료애가 없는 것임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멘탈이 무너지려고 한다.

퇴근시간인 5시다. 부서장이 오전에 말했던 '자발적인 잔업'의 영향으로 아무도 퇴근을 하지 않는다. 후임녀석은 이미 모든 업무를 마무리했지만 눈치가 보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냥 퇴근하라고 해도 눈치가 보여서 안된다며 아무 의미없는 시간을 버리고 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난 6시쯤 집안일이 있는 모과장이 부서장에게 퇴근한다고 인사를 하니 부서원 모두가 들릴 정도로 타박을 한다. 이미 퇴근시간은 1시간이나 지났음에도. 그러면서 오전에 못다한 보고는 메일로 보내고 퇴근하라는말을 툭 던지고 부서장 자신은 퇴근을 해버린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한잔해야겠군.


『최고의 날』


어제 술을 먹지 않아 상쾌하게 출근했다. 출근과 동시에 며칠 전부터 준비했던 팀장보고를 했는데, 큰 칭찬을 받았다. 동료들의 격려를 많이 받았고, 여러가지 성과가 많은 오전을 보냈다. 또한, 그 동안 개인적인 대화를 하지 못했던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오후에 부서장과 팀장은 외부단체와의 워크샵에 참석했다가 바로 퇴근한다고 한다.
#어린이날 #개꿀핵이득 #나도칼퇴


과장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다. 왜 좋았던 것보다 싫었던 것이 10배는 넘게 많이 기억에 남는 것인지… 왜 회사라는 실체가 없는 존재가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고, 몇몇 사람은 그들의 충실한 노예가 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의 어린이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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