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주 퇴사를 마음먹다

대기업에 다니던 그가 5개월(21주) 뒤 퇴사예고를 한 이유는

by 초봉

『지금부터 정확히 5개월 뒤!』


내가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은 날이다. '5개월 뒤의 일을 어떻게 알아?', '이런 것도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어?, '말만 저러고 계속 다니는 사람 많던데?'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으나 난 그날 퇴사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내가 퇴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지만, 퇴사날짜를 정확히 5개월 뒤로 잡은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 대기업에서 2개월 뒤 진급 예정이며, 진급을 한 후 3개월은 근무를 해야 내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 올라간다.
(※ 편의상 내가 현재 근무하는 회사를 '그 대기업'으로 이야기 하겠다)


『대기업』


사전에는 ‘대기업이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 및 종업원을 갖추고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뜻한다. 그 기준은 일상 용어에서는 명확하지 않으나, 대한민국 내에서의 법적인 정의로는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와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의거한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들을 의미한다’고 되어있다.


내가 근무하는 대기업은 KOSPI 시가총액 및 우리나라 기업 매출에서 100위권 내에 들어있는 곳이다. 어릴 적 지역 스포츠구단을 너무 좋아한 것이 어느새 내 꿈은 ‘그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되어 있었다. 그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2009년 입사를 할 수 있었고, 너무도 감사하게 현재의 와이프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만났다. 그 대기업에서 만 8년을 근무했으며, 이제는 5개월 뒤(21주 뒤) 그만두려고 한다.

지난해 1월 결혼을 했고, 아직 애는 없다. 주변에서 '처자식 때문에 그만둘 생각을 못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보는데, 나는 '처는 있으나, 자식은 없어서 그만둘 용기를 가질 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가끔 해본다. 와이프도 이런 나의 의견을 응원해 주기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책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년에 3893만원, 한달에 324만원, 하루에 10.7만원』


대기업 평균 초봉이라고 한다. 적고 많음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10년을 안쓰고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채 사기가 힘들다. 적다. 매일 저녁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마셔도 돈이 남는다. 어쩌면 많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먹고 살만하니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하곤 하지만, 나는 부자는 아니다(주변에서 부자라고 해주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와이프가 자산을 관리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전세에 살고 있고 상속받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중산층 아래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와이프와 결혼을 한 후 몇 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도 나도 대한민국에서 인정하는 대기업에 다니는데, 나중에 우리가 부자가 안되면 우리나라 고발할거야."라고. 와이프도 작년 10월 퇴사를 했고, 나도 5개월 뒤에 퇴사 예정이라 고발 요건이 안되는 것은 좀 아쉽다.


대기업은 연봉 외에 복리후생이 참 많다. 내가 근무를 했던 제조업 기업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옷과 신발을 주고, 심지어 숙소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근속년수에 따라 격려금을 주기도 하고, 미사용 연차는 매년 정산을 해주며, 성과에 따라 성과금도 준다. 의미있는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며, 각종 학습 기회도 제공하며, 자격취득을 도와주고, 해외연수를 시켜주기도 한다. 그리고 퇴직을 할 때는 그동안 고생했다며 퇴직금도 준다.(물론 퇴직금은 법으로 줘야한다.)



『퇴사를 하는 이유』


이런 대기업을 내가 퇴사하려는 이유는 일, 인간관계, 조직문화, 개인적인 삶, 가족, 금전문제 등등 매우 복합적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입사했던 2009년의 대기업과 2017년의 대기업이 다르듯, 지금 나보다 어린 젊은 이들이 대기업 취업을 할 때는 대기업은 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고, 나는 그 변화가 부정적인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해 퇴사를 결심한 것이다.


각종 포스트, 블로그, 기사 등을 보면 '대기업 퇴사 ㅇㅇ년 후 ㅇㅇ억 부자가 된 사람'과 같은 기사를 많이 본다. 또,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일부 CEO들은 '대기업을 절대 가지말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에 나도 적극적으로 공감을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현재 근무하는 사람이 아닌 과거에 대기업에 근무했거나, 근무했던 지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가볍게 한 것은 아닐까?


나는 앞으로 5개월 동안 이 대기업에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정해진 날 과감히 퇴사를 할 것이다. 그 과정에 내가 대기업에서 겪고, 느낀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브런치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내가 대기업을 그만두려는 이유를 공유하고 싶고, 어쩌면 그에 대해 검증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대기업 입사를 꿈꾸며 오늘도 스펙을 올리는데 열중하는 대학생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 현실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참고 다니는 선/후배님들, 그리고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고 꼬집어줄 임원/경영자님들 모두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

퇴사하는 그날까지 주 1회 브런치에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Pr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