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 5일에 40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었는데요,
얼마 전 약속이 있어 정규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하려는데, 입사가 몇 개월 되지 않은 어린 여사원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실제로 내 머리속에선 잊혀졌던 말 '정시퇴근'
내 근로계약서에는 분명 주5일 40시간을 근무하기로 계약을 했는데, 목요일 저녁 즈음이면 이미 나는 주 4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꼰대 상사는 그런 말을 자주한다. 자신은 정규 출근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출근하는데, 여러분들은 출근이 너무 늦다고. 또한, 위와 같이 약속이 있어 정시에 퇴근을 하려고 하면 뒤통수에 대고 “무슨 일이 있느냐”라고 크게 이야기를 한다. 퇴근시간이 되어 퇴근 할 뿐인데…
참 무안하게 만든다. 주말 부부를 하고 있기에 빨래도 해야 하고, 그저께 벗어 둔 셔츠도 빨아야 하며, 해가 질 즈음 친한 동료들과 한 잔 먹는 술은 나의 피로를 풀어주는 요소인데.
누구나 자신의 일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고, 정해진 시간에 끝낼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가장 큰 목표로 정하는 것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정시퇴근’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 놓은 상태로 퇴근을 하고 저녁을 즐기는 삶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입사 후 몇 년 간은 주 4회 이상 정시퇴근을 했고, 퇴근 후 내 삶이 있었다. (물론 알코올 섭취도 많았음은 인정한다)
조직이 개편되며, 업무성과를 도출해낸 ‘결과물’보다 ‘근무시간’을 따지는 사람들이 나의 상사로 오면서 분위기는 너무도 달라졌다. TV의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밤늦도록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은 많지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매일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니 어떤 이는 낮에는 동료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차를 마시고, 일은 밤에 미루어 한다. 심지어 내 뒤에 앉은 후배는 만나는 여성 이름은 엑셀에 썼다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무엇이 되겠는가?
회사가 어렵다. 내 마음도 아프다.
잔업비 신청을 하지 말고 일을 더 할 것을 주문한다. 회사가 어려우니 잔업비 신청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회사에 대한 ‘충성’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의미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의미없는 시간이 끝나갈 즈음 부서장은 모두 오늘하루 고생했다며 저녁을 제안한다. 내가 좋아하는 회에, 소주, 매운탕까지…실컷 먹는다. 오늘도 결제는 법인카드다. 회사가 어렵다고 남아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낸 내 인건비는 이렇게 일부 사람들의 법인카드 사용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회를 안사줘도 좋으니 법인카드 쓸 돈으로 잔업비를 주지…참 웃픈 현실이다.
회식자리에서 내가 상사들에게 했던 말이다. 나는 나 스스로의 개인적인 목표도 있지만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데, 그런 내가 왜 ‘회사 때문에 가족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참 많은 시간 열심히 일을 하셨다. 그 덕분에 우리는 쌀밥은 살이 찐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멀리할 정도로 부유함을 누릴 수 있었다. 부모님 세대의 노고에는 너무도 감사를 드리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과거와는 너무도 다른 것임을 그들은 아직 잘 모르고 계시는 것 같다. 알면서도 자신들의 방식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일수도 있다.
조직의 단합을 위한 평일 회식은 가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주말에 굳이 단합행사, 결의대회, 워크샵 등을 만들어 젊은 후배사원들을 부려먹는 것은 요즘 세대에 너무도 맞지 않는 행태이다.
그런 행태들의 부당함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기에 나는 또 한 번 퇴사를 굳게 결심을 하였다. 내 가족들에게 회사 때문에 양해를 구하기는 싫었기에…
어린이날. 공식적으로 5월5일을 지칭하는 날을 말하지만, 직장인에게 어린이날은 부서장이나 상사가 없어 정규 퇴근시간에 ‘칼퇴’를 할 수 있는 날을 일컫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직장인 어린이날이 자주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