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주 내 인사고과는 이미 정해져있다

너의 노력여부는 관계가 없어, 니가 처한 상황이 중요한 것이지

by 초봉

『인사고과』

인사고과’란 인원 배치, 임금 책정, 교육 훈련 따위를 위하여 종업원이나 직원의 능력·성적·태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일을 말하며, 정기승급, 베이스업의 개인별 배분, 상여금 등 액수의 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인사고과란 것은 우리가 학창시절 흔히 받던 '성적표'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창시절 한 번 정도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노력한만큼 좋은 성적을 받거나, 노력이 부족했던 만큼 좋지못한 성적을 받은 때도 있었을 것이고, 슬프게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좋지 못한 성적을 받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때 그때의 기분은 각기 달랐을 것이다.


노력한만큼 좋은 성적을 받으면 다음번에도 ‘열심히 해야지’라 생각 할 것이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좋은 성적을 받으면 다음번에도 요행을 바라게 될 것이다. 또, 열심히 노력했으나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다시 노력을 해보겠지만 또 결과가 안 좋다면 자연스레 노력이란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노력하지 않고 좋지 못한 성적을 받는 경우는 예외로 하자)

많은 경우 '성적은 노력에 비례한다'는 점을 공감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학창시절일 뿐, 회사 특히 대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유독 내 고과가 나빠서 이런 글을 적는 것은 아니다. 나쁜 편이긴 하지만...).


『고과는 기본적으로 불평등하다』


모든 사람의 업무가 영업이나 마케팅처럼 정확한 숫자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숫자로 나올 수 없는 정성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결국 상사, 즉 인간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부를 좋아하는 경향을 보이던 내가 겪은 대기업 상사들은, 공적인 것이 아닌 사적인 것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평소 부서장과 잘 어울리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고과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사람의 평가를 하는데 있어 가장 첫번째 질문은 '그 사람의 올해 성과가 어떤가?'가 아닌 '올해가 진급케이스인가?'가 였다. 직원의 1년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하는 상황에 진급케이스가 언급되는 그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고과는 기본적으로 상대평가다. 내가 아무리 성과가 좋더라도 내 조직에 진급케이스가 많으면 내 고과는 평균을 받게 되고, 내가 진급케이스가 되면 성과 없이도 나는 상위 고과를 받게 된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또, 진급을 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평균-하위 고과가 따라 온다. 2~3년 상위고과를 받던(취지대로라면 일에 성과가 있던) 사람이 평균 이하의 성과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심한 경우 특진이라고 해서 다른사람보다 1~2년 일찍 진급한 사람이 진급한 해에는 평균 이하의 고과를 받는 경우도 있다(감나무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다친 것도 아니다). 심지어 내 지인 중 한명은 파견 중이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위 고과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고과는 불공평하며, 신입사원, 나이는 많으나 보직이 없는 간부, 그 해 진급자 등이 주로 하위고과를 소화하고 있다.


『이방원, 조선 개국공신에서 누락』


과거 이방원은 심복인 조영규를 시켜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살해하였으며, 이 사건이 조선 건국의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성계(태조)는 개국공신 선정 과정에서 이방원이 자신의 아들이란 이유로 개국공신에서 누락시켜 버린다. 과연, 이성계가 개국공신으로 이방원을 인정했다면 이방원이 두 차례의 왕자의 난으로 형제들을 죽이는 일이 발생했을까? 이처럼 정당하지 못한 평가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실적을 내더라도 고과를 못 받을 상황이라면 ‘자체적으로 안식년을 보내겠다’는 마음을 먹는 대기업 직원이 늘어나는 것이 어쩌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쟁력 저하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06년 2천만원, 2007년 1억원(인상률 400%)』


2006년 한화이글스에 신인으로 데뷔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 선수의 연봉이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활약도 일부 반영은 하지만, 금년 성적을 토대로 연봉인상률이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때의 류현진의 실력은 3억원을 받아도 마땅하나, 우리나라는 과거의 기여도 및 연공서열을 일정 부분은 인정하고 있기에 류현진 선수도 어느 정도 수긍을 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의 400% 인상률은 대단하게 보인다.


대기업에 취직을 하면 위와 같은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류현진 선수는 한화이글스 출신이지만 내가 말하는 대기업 직원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공기업과 비교해 가장 큰 메리트는 아마도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잣대인 고과제도가 잘못되었다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메리트도 사라지는 것으로 판단 된다. 최근 일부 회사에서는 다면평가(모든 조직 구성원이 서로를 평가하는), 수시평가 등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들이 직원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정말 성과로 인정받는 제도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대학교를 다니면서 학점을 잘못 받으면 이의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대기업도 고과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이의를 신청하게 되면 그 이후 문제아처럼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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