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 집에선 낮에 무슨 일이

by 초봉

살다보면 단어 하나가 즐거운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 있다. 나를 예를 들자면 먹는 것에는 라면, 소맥, 소고기 등이고, 인물로 따지면 세종대왕, 오바마 등이며, 장소로는 야구장, 신라호텔 등이다. 거기에 최근 아주 긍정적으로 추가된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조리원!!

조리원은 애를 낳은날 포함 3일 뒤 들어가게 되며, 최소 2주에서 3주 정도 머무르게 된다. 그기간 중에는 능숙한 손놀림을 가진 조리사님들이 하루 종일 돌봐주시기에, 아침/저녁 각 1회 소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산모도 애를 볼 필요가 없이 자신의 몸을 케어해주면 되었다. 우리부부는 명절 영향도 있고해서 조리원을 3주 등록했고, 나는 와이프에게 자신의 몸 케어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급적 녀석은 소독하는 시간만 볼 것을 요청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많은 이야기도 하고, 잠도 푹 자는 등 나름 즐거운 조리원 생활을 했었다.

와이프가 조리원을 나오는 날, 나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처남이 집까지 와이프와 녀석을 옮겨주었다. 그리고 저녁 내가 도착했을 때 와이프가 애가 있었다. 신기했다. 늘 잠깐잠깐 보던 녀석이 우리집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이제 정말 셋이구나. 이제는 돌이킬 수 없구나. 군대 갈 때 까지는 같이 있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우리부부는 녀석을 눕혀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다.
"애앵~애~애앵~~애애애애앵~~~~"

전쟁의 서막이었다. 분명, 조리원에서는 우리 애가 잘 울지도 않고 얌전한 아이라고 이야기했고 난 그말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빗나갔다. 밤새 안았다가, 달랬다가, 두드렸다가, 먹였다가, 기저귀 갈았다가...평소 8시간은 자야 생활이 된다고 하던 내가 4시간을 겨우 잤다(그나마도 와이프의 배려 덕분이다). 보다 더 못자서 눈이 퀭한 와이프와 녀석을 남겨두고 일을 보러 나가며,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낮에도 계속 칭얼거릴텐데...괜시리 미안했다.

그날 내내 와이프 걱정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들어간 집. 녀석은 자고 있었고 와이프는 생각과 달리 아주 깨운한 모습이었다.
"얘가 오빠 나가자마자 3시간 푹 자고 밥먹고 또 푹 자고 밥먹고 해서 나도 푹 잤지 뭐야."
"???!!!"
그 집에서 낮에 일어난 일이 난 궁금했다.

그 이후로도 녀석과 와이프는 내가 없는 낮시간에는 푹잤고, 나는 늘 밤마다 녀석의 칭얼거림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새벽 4시나 되었을까 칭얼대는 녀석을 안고 등을 두드려주고 있을 때 문득 지인분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애가 우는 것을 우는 것으로 보면 안돼. 그건 우리가 말하는 것과 같이 걔의 의사표현인거야. 그런데 걔는 할 수 있는게 우는 것 밖에 없으니 그렇게 하는거지. 암만 손짓을 발짓을 해도 근육이 없어 제대로 표현 못하고 의사를 전달 할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우는 거지"


그 순간 몸이 힘든 것은 싹 사리지고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녀석은 자기 나름 최선의 표현을 하고 있는데, 나와 와이프가 초보라 녀석의 불편함을 알지 못해 해결해주지 못했다'는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초보 엄마들이 눈물을 보이는 것은 몸이 힘들고 남편이 야속한 것도 이유겠지만, 많은 경우 '제대로 알지못해서' 아이에게 해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아내에게 남편이 "엄마가 그것도 몰라?" 그렇게 말한다면 엉덩이를 발로 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침이 밝아오는 내내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늘 그렇듯 해가 뜰무렵이 되자 녀석은 꿀잠 모드에 돌입했다. 아빠가 눈이 빨개져서 출근하는지도 모르고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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