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웃음뒤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
와이프가 입덧으로 무척 고생을 했던 임신 16주차가 끝나갈 무렵, 정기 검진을 목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하였다. 의사선생님께서 초음파로 여러가지 확인을 할 무렵, 나는 녀석의 다리 사이에서 뚜렷한 산봉우리(?)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태어날 때까지 녀석은 얼굴은 늘 가렸지만, 그 산봉우리는 자랑이라도 하듯 늘 늠름하게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특정 신체부위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녀석이라 생각했다.
미신인지, 실제로 그런지는잘 모르겠으나 출산 당시에 사내아이의 고추가 하늘을 보고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녀석이 딱 그랬는데, 그런 부류의 아이들은 자주 고추가 하늘을 본 상태에서 소변을 본다고 했다. 마치 고래가 물을 뿜는 것처럼...
그러다 보니 기저귀를 갈 때 늘 주의를 해야 하는데, 묘하게도 녀석은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기저귀를 푸는 순간 하늘로 소변을 분출한다. 봉변을 당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녀석, 우리가 손으로 막아주지 않는다면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알고는 있는지…
모든 아이들이 소변을 보고 난 후에 딸꾹질을 하고, 대변을 볼 때는 웃는 것인가? 이 녀석만 그런 것인가? 워낙 애기에 관심이 없었고, 녀석도 첫째라 모든 아이가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녀석이 딸꾹질을 하면 꼭 소변의 흔적이 있고, 평소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지으면 여지없이 그것(!)이었다.
자격증 시험에 자주 나오는 매슬로우 아저씨의 욕구이론에 따르면 1단계가 '생리적 욕구'인데, 녀석도 배변이라는 활동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장인어른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새끼는 똥 냄새도 안나여~"
그에 동조한 와이프도 내게 말했다.
"오빠, 얘는 진짜 신기하게 똥 냄새가 안나"
거짓말이었다. 내가 기저귀를 갈면서 맡아보니 플레인요거트스무디의 진한 향기가 났다. 하긴 '먹는 것이 우유밖에 없는데, 그것이 발효가 되면 그렇게 되리라' 생각을 해 본다. 똑같은 냄새를 두고도 엄마와 아빠가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가 보다.
오줌을 뿜든, 플레인요거트스무디의 향이 나든 어떠랴. 가장 기본적인 배변활동을 잘하고 있다는데 감사할 따름이지(그에 따른 기저귀 소비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꼭 언급을 할 예정이다). 내 새끼라 웃는 모습을 보는게 참 좋지만 그 웃음 뒤에 숨겨진 향기와 뒷처리는 우리 부모가 감당해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