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기부터 와이프는 자녀 3명을 원했고, 나 또한 3명의 자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단, 그 3명이 '아들 - 아들 - 아들'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 부부도 첫째는 막연히 '딸'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현재는 둘째도 아들일 경우 셋째는 조금 생각해보기로 했다)
녀석의 성별을 알게 된 건 약 임신 20주 경으로 기억을 한다. 워낙에 다리를 쩍 벌리고 있던 지라, 초음파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 부부도 녀석의 성별을 알 수가 있었다. 녀석은 그렇게 '아들'로 우리에게 왔다.
성별을 알게된 후 3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외모에 대해 신경을 많이 안써도 되기에 참 좋다'는 것이다. 나는 남성의 외모에 비해 여성의 외모는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아무래도 녀석이 '딸'이었다면 태어날 때까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고민을 좀 더 많이 했을 것 같다(물론 내 자식은 다 이쁘겠지만). 녀석은 '아들'인 관계로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날지에 대한 걱정은 조금 줄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든든하다'는 것이다. 녀석의 성별을 알고 나서도 내가 퇴사할 때까지의 약 2개월 정도를 주말부부를 했었는데, 주말에 헤어질 때는 꼭 나는 와이프의 배에 대고 녀석에게 '엄마를 잘 지켜줘'라고 했었고, 지금도 매일 집을 나설 때 녀석에게 속으로 '엄마를 잘 지켜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녀석이 아들이라 내게 주는 듬직함과 믿음과 같은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와이프에게 하면 와이프는 많이 놀랜다. 뱃속에 있을 때는 성별을 떠나 '태아' 였을 뿐이었고, 지금은 갓 태어나 약한 '애기'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편은 녀석에게 '듬직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좀 놀랍다고 했다. 아마 아빠들만 알 수 있는 그런 감정이리라...
내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선배님이 계신데, 그 집은 아들만 2명이다. 어느 날 그 선배님이 아들들을 불러놓고 했던 말이 있는데, 그 말을 나도 적극 공감하며 나중에 녀석이 컸을 때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이 집에 여자는 엄마하난데, 엄마가 어떤 잘못을 하든 우리는 엄마를 믿어주고 도와주자. 엄마는 우리가 보호해야해"
마지막으로는 '내가 더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녀석이 뱃속에 있을 때 나는 국정농단 사태를 보았고, 새정부에서 임명한 고위 관료들조차 본인 및 주변사람들의 허물로 청문회 자리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았다. 녀석이 나중에 큰 일을 하는 인물이 될 지도 모르는데,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할지언정 짐은 되지 말자고 굳게 다짐을 했었다.
우리나라에는 세종대왕이라는 뛰어난 왕이 있었다. 하지만 세종대왕도 뛰어난 역량을 가졌지만,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준 태종(이방원)의 역할도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아들이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좋은 것 하나. 늘 녀석을 안고 이렇게 외친다.
'어서 커서 아빠랑 소주 먹자'
녀석을 안을 때 마다 내가 하는 이 말이 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