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태어난지 40일 즈음 되어가는 녀석은 나를 참 많이 닮았다.
처음에는 '이 녀석은 대체 누구를 닮은 거야'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나의 어릴적 앨범을 본 순간 나는 녀석과 똑같이 생긴 내 어릴적 사진에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많은 부모들은 본인의 부정적인 습관이나 행동을 자식들이 똑같이 따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라면서 부모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것도 있겠지만, 유전자에 포함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녀석은 입을 'ㅇ'모양으로 내밀기도 하고, 엄지발가락을 안쪽으로 최대한 굽히기도 하는데, 그것은 내가 녀석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예전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다.
생김새가 비슷했기 때문일까, 녀석은 나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녀석이 칭얼 거릴때면 '지금 실내온도가 높아서 더워하네', '코가 막혀서 그래', '속싸개로 싸놓으니 답답하구만' 등등 내가 느낄 법한 감정을 녀석이 마치 느끼는 것처럼 단정지어 말을 하곤 했다. 녀석과 나와 생김새가 닮았고, 내가 하자는 대로 했더니 녀석의 칭얼거림이 덜해지자 와이프도 점차 내 말대로 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태어나고 한달 쯤이 지나 녀석의 얼굴과 귀에 각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이제 태열이 빠지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각질이 심해져 딱지가 되고, 심지어 고름까지 생기기도 해서 와이프는 녀석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의 한마디,
"애를 이렇게 풀어놓으니 자꾸 얼굴과 귀를 긁어서 고름이 생겼네. 이게 나중에 아토피가 될 수도 있어요. 관리를 잘 못하셨네."
아빠와 비슷한 녀석이기에 아빠의 말이 맞겠거니 생각하고 와이프는 행동을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녀석에게 신경을 많이 안 쓴 엄마'가 되어 있었다. 요즘들어 여러가지 이유로 부쩍이나 눈물이 많아진 와이프였는데, 내가 없는 동안 녀석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울기도 했으리라...와이프와 녀석에게 참 미안했다.
나는 비교적 딱딱한 바닥을 좋아하는데, 녀석은 와이프를 닮아 푹신한 바닥을 좋아한다. 나는 목욕을 즐기진 않는데, 녀석은 와이프와 닮아 목욕을 좋아한다. 난 일찍 잠에 드는데, 녀석은 와이프와 닮아 늦게 잠이 든다. 이렇게 다른 점이 많은데, 나는 녀석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녀석이 원치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녀석이 나와 비슷하게 생기고, 행동한다고 해서 녀석도 나와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또한,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었을지 몰라도 부모의 역할이 자식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임신과 출산, 애를 키우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어떤 부모든 자기 자식으로 실험이나 연구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와 와이프는 실험아닌 이런 실험으로 그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병원에 다녀온 이후 녀석을 속싸개로 싸서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답답해서 많이도 울었던 녀석이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지 편안하게 잠드는 모습을 본다. 다행이 녀석의 피부도 몰라보게 좋아졌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