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빠들을 위한 변명

by 초봉

녀석이 드디어 50일이 되었네요. 태어나서 50일 동안 약 반틈 정도의 기간은 조리원에 있었기에, 저희 부부와 녀석이 온종일 같이했던 기간은 약 25일 정도가 되는 듯 합니다. 어떤 분들이 말씀하시기에 '내 자식 크는 줄은 몰라도, 다른 사람 자식은 금방 큰다.'라고 했는데, 저는 제 자식이 이렇게 빨리 크는지요.

오늘은 녀석의 50일 동안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들을 위한 변명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제가 어릴적만 해도 아빠라는 존재는 가정의 절대적인 수입원인 경우가 많아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였고, 집안일은 거의 '엄마'들이 처리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하지만 '살림하는 남편'에 이어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를 강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30대 중반인 저도 '나중에 결혼하려면 살림을 같이 해야해'라는 말은 어릴적부터 많이 들어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라는 말은 조금은 대비할 새도 없이 조금은 급하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이겠죠?

녀석이 처음 저희의 보금자리로 왔을 때 우리부부는 참 힘들어 했었습니다. 갸녀린 목이 부러질까 조심스럽게 안는 것은 기본이고, 젖병에 우유를 먹일 때는 행여나 흐를까 한 명은 옆에서 손수건을 들고 대기하기도 하고, 기저귀를 갈 때는 한명은 상체를 잡고 고정을 시키고 한 명은 기저귀를 갈고요. 누구나 그런 과정을 겪기에 키워본 분들은 다 아실껍니다^^

어느 날인가 갑자기 '이래서 아빠들이 멀어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 있습니다. 녀석이 울면 저희 부부의 '배고픈가' → '잠오나' → '기저귀 갈아야 하나' → '트름이 나오나'라는 순서로 생각을 했는데요, 어느 순간 와이프는 녀석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트름이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제가 일을 하던 낮 시간동안 와이프는 녀석과 같이 있으면서 녀석이 우는 이유를 순서가 아닌 소리로 구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저도 조금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아빠들이 좀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애기를 너무도 잘 다루는 와이프를 보게 되고, 너무도 가까워진 엄마와 애기 사이를 보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빠도 더 애기와 스킨쉽을 하고 노력을 해야 하지만, 제 몸이 와이프에 비해 조금은 딱딱하기도 하고, 제가 안고 있는 자세가 '녀석에게는 불편한 것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습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애기를 와이프에게 토스를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또 저는 한가지 제가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딸꾹질'이었는데요, 다른 것들은 어떻게 하더라도 녀석의 딸꾹질은 모자를 씌우고, 옷을 입혀도 멈추지 않았고, 오직 모유 수유를 해야만 멈추었습니다. 제가 딸꾹질을 멈추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달래봐도 녀석은 젖이 나오지 않는 제 젖꼭지를 찾았고, 그러면 저는 또 녀석을 와이프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빠들도 제 자식이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아빠들은 자식이 우는 것을 계속 볼 수는 없어 혹여나 애가 잘못될까 나보다 조금 나은 와이프에게 맡기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아빠들의 노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여건이 그렇수 밖에 없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그 시간에 아빠가 멀찌감치 떨어져 놀고 있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지만, 우리 아빠들 그럴 때 청소도 하고, 빨래, 설겆이 등등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루에 단 한 순간, 녀석에 대해 제가 와이프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는 바로 녀석을 목욕시킬 때 인데요, 아무래도 녀석을 들고 목욕을 시켜야 하기에 와이프는 조금은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직 가벼운 녀석이고, 늘 목욕은 제 품에 안겨서 했기에 목욕하는 순간만큼은 제 품이 편한 것처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빠들은 마음이 없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서툴러서 꺼려하고, 서툴러도 한 번 해보기에는 애가 너무 어려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육아하는 아빠들도 모두 화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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