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래의 남자들은 친구들과의 카톡에서 출근한다는 말 대신 '분유값 벌어야지', '기저귀값 벌러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니 우리 또래 뿐만이 아니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 많은 아빠들이 돈을 번다는 것을 분유값, 기저귀값으로 많이 비유를 한다. 분유와 기저귀는 아기에게는 필수적이고 대표적인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와이프가 임신했던 그 때에 '애를 낳고 모유만 고집하지 말 것'을 주문했었다. 평소 자녀교육에 많은 관심이 있는 와이프였기에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에 너무 집착을 하다 산모의 건강을 망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녀석은 모유와 분유를 어느 쪽도 거부하지 않고 잘 먹어주는 편이다. 그리고 먹는 양도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은 분유가 제공되기에 분유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녀석이 집에 온 후 와이프는 분유를 먹을 수 있는 기간은 딱 3주라며 처음으로 딴 분유에 날짜를 적어 두었다. 그로부터 약 2주 정도가 지났을까 2번째 분유통이 오픈되었다. 나는 '이 녀석 참 분유를 빨리 먹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는 날짜를 굳이 안적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녀석의 먹는 양은 더 늘었는데, 분유가 줄어드는 속도는 조금 느린 것 같았다. 의아했다.
며칠 후 와이프에게 농담아닌 농담을 했다.
"여보 이래서 남자들이 분유값을 벌러 다닌다고 하나봐, 생각보다 분유가 비싸네"
그 이후 이어지는 와이프의 대답이 걸작.
"아 오빠 그래서 내가 분유를 끊었어!"
"????"
와이프는 녀석의 분유를 2스푼씩 타면서 분유를 1스푼씩 입으로 털어 넣었다고 한다. 어릴적 한 스푼씩 먹던 분유보다 맛은 없다나 뭐라나. 여튼 그렇게 먹다보니 분유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 것 같아, 2번째 분유통부터는 분유를 끊었다나.
과거 우리의 이모, 고모들도 내가 분유를 한 입씩 먹을 때 '그거 애기껀데 니가 왜먹어'라고 뭐라고 했었는데, 혹시 그것은 '니가 먹어서 내가 먹을게 줄어들어' 이런 의도였을까?
기저귀 역시도 조리원에서 제공되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조리원에서 나올 때 쯤 와이프에게 하루에 기저귀를 몇 개나 쓰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와이프는 대략 15~20개 정도 쓴다고 했고, 개당 150~200원 이란 소리에 큰 부담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녀석이 오줌을 쌀 때마다 기저귀를 갈아줬더니 한 시간에 3~4장을 쓰기도 했다. 안되겠다 싶어 우리가 인위적으로 갈아주는 시기를 조정해서 현재는 15~20개 정도를 쓴다. 생각보다 기저귀는 부담이 적다. 하지만 문제는 딴데서 발생한다.
어찌보면 기숙사에 오래 살았던 나는 물가나 집안 살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사를 하던 날 나는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봉지를 30리터 짜리를 구매하였다. 와이프는
"오빠 일반 가정집에서는 이렇게 큰거 안써. 10리터면 될텐데..."라고 했었다.
나는 그렇게 세상물정을 모르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기저귀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나서는 내가 30리터 쓰레기봉투가 '신의 한 수' 였다며 와이프는 나를 칭찬하고 있다. 10리터였으면 매일 쓰레기 봉투를 버리러 갔을 텐데, 30리터라 그나마 여유가 있다는 와이프의 말이었다. 기저귀는 그 자체의 가격에 추가적인 지출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우리집에 놀러 올 때면 난 항상 이렇게 말을 한다.
"전세기간 끝날 때까지 쓸 휴지는 있으니, 손에 무엇을 가지고 올 것이면 기저귀로 주소"
분유 그것이 비싸면 내가 술을 한 잔 덜 먹으면 될 것이고(와이프는 분유를 덜 먹으면 될 것이고), 기저귀가 비싸면 내가 택시한 번 덜타면 된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내 자식이 분유 잘 먹고, 기저귀에 배변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 만큼 더 좋은 일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