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내의 외출

by 초봉

회사를 다닐 때 조금은 납득을 하기 힘든 일이 있었다. 멀리 지방 출장을 가는 길이었고, 상사의 차로 출장을 갔던 것이라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조금의 나른함에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았는데, 그 상사가 나를 깨우면서 "상사가 운전을 하는데 조네?"라며, 진지하게 말을 했었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통제보다는 자유를, 힘듦보다는 편함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경우 아기는 부부에게 자유보다는 통제를, 편함보다는 힘듦을 주는 존재 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부부들의 태도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출산이후 남자들이 가장 경계를 하고 두려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조리원 커뮤니티'일 것이다. 조리원에서 만나 비슷한 일수의 아이들의 상황을 공유하고, 육아템을 같이 구매하며, 남편들의 뒷담화를 늘어놓는 그 조리원 커뮤니티는 '누구아빠는 그랬다더라'는 말로 많은 아빠들을 곤욕스러운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나도 와이프로부터 조리원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우리부부의 대부분의 반응은 다른 부부와는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아는 많은 부부들은 '애가 울어서 내가 잠을 못자니 너도 자지마', '임신해서 내가 술을 못먹으니 너도 먹지마' 등 '나도 못하니 너도 하지마'라는 논리를 많이 내세우는 것 같다. 내 주변에도 그런 경우가 많고, 조리원에서도 그런 광경을 수없이 목격을 하기도 했다.

'내가 못하니 너라도 해. 그리고 나중에 도와줘'라고 생각을 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부부는 어느정도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는 것 같다. 조리원에 있을 당시에도 아내는 나에게 '친구들과 술한잔 먹고 조리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여러번 했었고, 나도 조리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휴대폰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보지 않고 오로지 아내와 녀석에게만 집중을 했었다.

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 우울한 감정으로 인해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곰곰히 생각한 끝에 나는 녀석이 조리원에서 나올 당시 아내에게 '앞으로 한 달에 적어도 이틀은 휴가를 주겠노라'고 공언을 했었다. 그렇게 한 달에 이틀의 외출로 우울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다스리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고, 아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즐거운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아내에게 그런 휴가를 주었기 때문일까?
아내는 내가 집에 손님을 데리고 와도, 혼술을 해도 눈치를 주거나 타박을 하지 않는다. 베푼만큼 돌아온다.

전에 아내가 그런 말을 했었다.
"그날따라 녀석이 너무 안자고 찡찡거리는데, 오빠는 깨지도 않고 자고 있어서 엉덩이를 발로 차주고 싶었어. 근데,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설거지랑 젖병 다 씻어놓고 나갈 오빠를 생각하니 그런 마음이 조금은 들어가더라."

겨우 60일 남짓의 육아를 했기에 이렇다저렇다 하긴 힘들지만, 육아는 절대 피할 수는 없기에 부부가 마음을 잘 맞춰서 해야 한다. '내가 못하니 너도 하지마'보다는 '내가 애기를 볼테니 너 먼저하고 나도 좀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조금씩만 분담한다면 조금 더 즐겁고 쉬운 육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 이 글은 아내의 휴가 날 중 녀석의 협조(낮잠)로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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