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 새우젓을 얻어먹는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알듯 눈치는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눈치가 빨라야 하나라도 더 얻어먹고, 어디든 좀 더 빨리 편하게 갈 수 있다.
녀석이 태어난지 50일 정도 무렵부터 녀석이 확실히 보인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 무렵부터는 한 곳을 계속 응시하기도 하고, 싫어하는 것이 보이면 고개를 돌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 놀라운 변화는 녀석이 웃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웃는 타이밍이 문제다.
'다른 사람들 보다는 괜찮다'는 발언을 연신 되풀이하지만 와이프 또한 육아로 많이 지친 상태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하루종일 녀석과 있었던 일에 대해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참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잠시 누워있는 녀석을 보면 녀석이 나를 응시하고 '빙긋' 미소를 짓는다. 조금 장난을 치면 더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 때 와이프의 풀죽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랑 있을 때는 잘 안웃는데, 오빠만 보면 저렇게 잘 웃네. 녀석은 오빠를 더 좋아하나봐"
나를 보며 웃어주는 녀석에게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와이프에게 참 미안했다. 하루종일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던 와이프에게는 웃어주지 않고,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온 나를 보며 미소짓는 녀석을 와이프는 '야속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니 나도 눈치아닌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녀석이 웃을 때마다 속으로 '녀석아 엄마한테 웃어야 니가 조금이라도 더 대접받고 아빠도 눈치 안 볼 수 있어. 엄마가 안볼 때 아빠보고 웃고, 엄마가 볼 때는 아빠보면서 웃지말고 엄마를 보고 웃으란 말이다.'라고 외치기도 하였다.
나의 그런 바람이 통한 것일까?
녀석은 점차 엄마를 보면서도 웃음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와이프도 즐겁고, 나도 즐겁고, 녀석도 즐거운 우리집의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녀석이 눈치가 없는 편보다는 눈치가 있는 녀석으로 자라길 희망한다. 그리고 자라면서도 '눈치밥'을 먹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녀석의 눈치가 '센스'가 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