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는 결혼 전 서울 둘레길 총 157km가 되는 거리를 손잡고 주말마다 걸었다. 만날 때마다 영화보고, 커피마시고 하는 데이트는 좀 식상하다는 생각에, 조금은 특별하고 싶어서 했던 그 행위로 현재 우리집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서울둘레길 완주 인증서가 '딱'하니 붙어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소중한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면서 우리는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녀석이 태어나고 처음에는 너무도 자주 깨는 녀석 때문에 우리부부도 꽤나 피곤했었다. 아내는 녀석이 잘때면 늘 같이 잤었고, 낮에 일을 하고 온 날이면 나도 너무나 피곤해 골아 떨어졌다. 자연스레 우리부부의 대화는 줄었고, 그나마 짧은 대화도 녀석의 일상에 관한 내용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아내가 조금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우리는 매일 저녁 티타임을 하고 있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차를 마실 때 꼭 녀석을 옆에 둔다. 그러면서 내 주장을 할 때는 내가 말도 할 줄 모르는 녀석에게 '남자는 그렇지 녀석아?' 이렇게 되묻기도 하고, 아내는 '아빠는 정말 어거지다 그치 녀석아?' 이렇게 동조를 구하기도 한다. 알아들을리 없는 녀석은 동그래진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 전부다.
아내는 임신을 했을 때부터 뱃속에 있는 녀석에게 말을 걸었었다. '엄마가 이제 밥을 먹을거야', '엄마랑 아빠는 오늘 병원에 너를 보러갈거야', '너가 하도 발로 차도 어제는 잠도 못잤자나' 등등...그리고 녀석이 태어난 이후로 아내는 녀석에게 더 많은 말을 건내고 있다. 그 덕분인지 나도 녀석에게 참 말을 많이하는 편이다. 오늘 하루에 대한 반성도 하고, 엄마를 힘들게 했다고 다그치기도 했다.
얼마전부터 녀석이 옹알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한 소리 하나 정도를 내던 것이 이제는 문장을 말하는 것처럼 줄줄 하기도 한다. 녀석이 '우아 아후쿠아하'라고 하면 '아빠 다녀왔어요'처럼 들리고, 녀석이 '쿠하뮤자'라고 하면 '그렇자나'라고 들린다. 그게 부모인가 보다.
한 번씩은 '아빠 말이 맞지 녀석아?'라고 물으면 '으어'라고 대답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우리부부는 서로를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다. 부모가 되고 보니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웃게 되는 것 같다.
초기에 아내는 나에게 "오빠는 나만큼 녀석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녀석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반응이 없자나. 좀 재미가 없어."라고 이야기를 했었었다. 그랬던 녀석이 알아듣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옹알옹알하니 요즘은 더 많이 좋아지는 것 같다.
요즘은 집에 들어가면 녀석과 나의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내가 이야기하면 녀석도 옹알이 한다. 듣는 사람은 없고 둘다 서로의 통하지 않는 이야기만 한다. 그러면 어떠랴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녀석이 조금 크고, 분유가 아닌 물을 마실 수 있을 때 티타임에 녀석도 꼭 끼워주려고 한다(아토피에 좋다는 이유로 이미 유아용 루이보스 티도 준비되어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자기의견을 이야기 하는 애로 만들어 주고자 한다. 그때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