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녀석의 추락

by 초봉

쿵~쿵~
"뭐야, 무슨일이야"
"뭐야, 어머"
"응애애애애~~"

며칠 전 새벽 4시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와이프는 푹신한 이불을 좋아했고 녀석도 와이프를 닮아 푹신한 것을 좋아해, 와이프와 녀석은 같이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자고 있다. 그날도 다른 날과 같이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최근들어 움직임이 몰라보게 커진(아직 뒤집지도 못하지만) 녀석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 일이 있기 전부터 녀석의 움직임이 커졌기에 범퍼침대를 살 것인가, 바닥에 녀석을 재울 것인가를 고민했던 우리 부부였기에 녀석이 떨어진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녀석도 서럽게 울었다. 녀석의 호흡은 곧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조금 토닥여주니 녀석도 다시 잠에 들었기에 응급실을 가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녀석의 눈 주변이 조금은 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침대에서 받침대로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눈 주변에 한 번쯤은 충격이 있었으리라...미안한 마음말고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 그 순간에 녀석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내 생각을 바꿔 놓았다. 녀석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되뇌이는 아내와는 달리 나는 녀석에게 미안한 감정보다는 대견함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빠들도 자녀가 다치고 아픈 것은 당연히 싫고 끔찍하다. 하지만 그것을 내 자식이 잘 이겨내고 한단계 성장한다고 느낄 때는 그보다는 대견함과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녀석은 떨어진 이후에도 '딱 자기가 아픈만큼'만 울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지도, 몇 시간을 계속 징징대지도 않고, 떨어져서 아픈 곳을 몇 번 쓰다듬어 줄 정도로만 딱 울었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잠에 들었다. 녀석이 떨어져서 미안함이 가득한 아내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보, 우리가 아무리 하루종일 녀석을 돌봐도 언젠가는 다치고 아프고 할 거야. 하지만 녀석은 거기서 떨어졌지만 많이 울지않고 이겨냈자나. 나는 녀석이 그렇게 씩씩하게 이겨내는 모습이 너무 고마워."

많은 엄마들이 본인 스스로의 '엄마로서의 점수'를 매기면 매우 낮게 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잘 몰라서' 혹은 '실수로' 잘못했던 기억들이 계속 남아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이 없다면 애기들이 더 단단하게 자랄 수 있을까?

운전을 하다보면 차도를 역주행하며 자전거를 타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본다.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녀석이 태어나고 부터는 '녀석도 나중에 저러려나? 위험해서 어쩌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많은 부모들이 애기가 태어나기 직전이나 아주 어릴 때 했던 '건강하게만 자라라'는 생각을 나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녀석이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육아를 하시는 엄마들도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계시기에 사소한 실수에 너무 자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녀석은 지금 너무도 건강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 대화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