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녀석의 첫 번째...아니 두 번째 크리스마스

by 초봉

작년 이 맘때쯤 나는 평일은 거제에 있는 회사의 기숙사에서 , 주말은 와이프가 있는 서울에서 지내는 주말부부를 하고 있었다. 마침 작년 크리스마스는 와이프가 거제에 내려왔었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분(술이 애를 만든다고 굳게 믿고 계시는)이 사주신 저녁과 막걸리를 먹고 친한 친구집에서 맥주를 한잔 더 먹은 후 친구집에서 하루 묵었다.

바로 그날이다. 녀석은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만들어졌다. 주말부부였기에 녀석이 언제 생긴지 우리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녀석은 돼지두루치기와 낚지볶음, 막걸리와 맥주를 먹은 엄마, 아빠의 몸에 의해 만들어졌다. 역시 술이 애를 만드는가 보다.

그렇게 약 9개월 정도가 흘렀을까. 녀석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듯 예정일보다 이틀 빠른 9월 17일에 태어났다. 녀석이 나오고 며칠간 정신이 없었고, 어느 정도 정신이 흘렀을 무렵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 내가 달력을 봤는데, 녀석 100일이 크리스마스야"

우연치고는 참 대단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은 작년 크리스마스에 생겨서 올해 크리스마스에 100일을 치뤘다. 그렇게 녀석은 크리스마스와 연이 깊은 아이가 될 것 같았다.

녀석을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도 하나 준비했다. 그리고 녀석의 생일은 아니지만 매년 그 크리스마스 트리에 녀석에게 의미있는 물건을 하나씩 붙여주기로 했다. 1살 때는 공갈젖꼭지를, 2살 때는 양말을 이렇게 말이다.

지난 며칠간 와이프는 100일상과 100일 아침에 삼신할머니에게 올릴 삼신상을 차리기 위해 어떤 나물은 어떤 의미를 가졌으니 올려야 하고, 오복주머니에는 어떤 곡식을 넣어야 애가 건강하다는 등등 참 많이도 공부를 하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모든 행사를 마친 어제 저녁 와이프는 곤히 잠들었다.

그리고 와이프가 일어났을 때 녀석의 100일 축하를 위해 300km를 다녀가신 장인어른의 전화가 왔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로 무뚝뚝하기만 하던 장인어른이 와이프에게, "그동안 잘키웠어여, 애가 이쁘더라. 내 요 근래 제일 기분이 좋아여."라고 말을 했다.

사람 하나로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했던가. 녀석 덕분에 양가 부모님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기쁜, 그리고 언제까지나 기억될 2017년을 보낸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나서 크리스마스에 100일이 된 녀석의 다음 크리스마스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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