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녀석의 눈이 이제 완전히 보인다고 느꼈던 생후 60일 경 녀석은 수납형 원목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 원목침대의 위쪽에는 국민 모빌이 장착되어 있었다. 와이프가 음악도 나오고, 빙빙 돌아가던 그 모빌을 종종 틀어주었는데 녀석은 몹시도 유심히 그 모빌을 보았다. 그러다 모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모빌을 한 번 보았다가 엄마를 한 번 보았다가를 반복. 마치 "왜 끝났는데도 틀어주지 않는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례2)
우리집에는 티비가 없고, 녀석 앞에서 우리 부부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얼마 전 와이프의 약속으로 장모님 댁에서 혼자 녀석을 보고 있다가, '제천 화재' 소식을 들었고 어떤 일인가 싶어 TV를 켰다. 나도 집중하고 봤었고, 녀석도 매우 집중해서 보는 것이 느껴졌다. 약 3분 후 '아차'라는 느낌과 함께 TV를 껐는데, 녀석은 또 티비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마치 "왜 저 재밌는 기계를 꺼버린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례3)
연말을 맞아 친한 후배녀석이 집에서 놀다 갔다. 친한 후배는 자신의 조카에게 했던, 손을 폈다 오무렸다 하는 것을 녀석에게 보여주었고, 녀석은 참으로 좋아했다. 후배녀석이 간 후 녀석은 하루종일 징징댔는데, 손을 폈다 오무렸다를 해주는 그 순간만큼은 조용히 그 것을 보는 것이었다. 그 행위를 하지 않으면 녀석은 "삼촌은 잘하는데, 아빠는 왜 못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부부는 하루 종일 집에 누워 TV만 본 적이 있을 정도로 TV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새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우리는 과감히 거실에 TV를 포기했다. 우리가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녀석 또한 매일 TV만 보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실에 TV가 없으니 가족간의 대화가 늘어났고, 나도 평소 저녁 습관적으로 보던 야구중계 대신 녀석과 놀아주는 시간이 생긴 것은 부가적인 이득이었다.
위의 사례들을 겪으면서 중독(와이프에 말에 따르면 '과자극'이라고 한다)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3가지 사례가 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흥미로운 것을 바라볼 때 녀석의 눈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의 눈빛이었고, 그 흥미로운 것이 사라졌을 때 녀석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눈빛이었다. '녀석이 그 흥미로운 것을 계속 원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다행스럽게도 녀석은 그 흥미로운 것과의 접촉이 길지 않았기에,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투정을 멈추었다.
우리부부는 녀석에게 스마트폰이나 TV로 만화를 보여주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자 한다. 나도 만화를 매우 좋아하기에 만화가 해로워서가 아니라, 녀석이 중독이 되지 않고, 조절이 될 수 있도록 대중매체와 접근을 시켜주고자 한다. 물론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을 했을 것이고, 실패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조차 해보지 않는다면 나중에 녀석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한겨울에도 '찬물'을 먹는 사람인데 위의 사례와 '아이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는 속담을 볼 때, 내년 여름은 어떻게 버텨야 할지 참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