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날.
와이프의 요청대로 두 팔을 걷어 붙이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청소를 하는 도중 화장실 바닥에 와이프의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이것이 출산 후 100일이 지나면 나타난다는 '산후탈모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장실 천장에는 녀석의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아주 얇은 털들이 붙어 있었다. 아마 아직은 가느디가는 녀석의 머리카락이 정전기로 인해 천정에 붙어있었던 것이리라...
먼저 녀석을 살펴보면, 녀석은 요즘 '오른쪽왼쪽놀이'에 아주 푹 빠져있다. 이 오른쪽왼쪽놀이가 무엇이냐면, 녀석이 깊은 잠에 빠졌다가 얕은 잠으로 넘어올 즈음 아주 재빠르게 고개를 오른쪽왼쪽으로 돌리는 행위를 말한다. 녀석이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 모르고,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란 생각에 두고 보았더니 녀석의 머리는 머리의 위쪽과 아래쪽만 남고 중간이 빠진 이상한 형태로 변해버렸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녀석의 오른쪽왼쪽놀이는 베개를 바꿔 못하도록 해주었고, 요즘 녀석은 오른쪽왼쪽놀이를 끊은 상태다. 대신 뒷통수를 하도 부벼 뒷쪽 머리카락이 서로 엮이는 현상이 발생했다.(와이프는 이를 '수세망탱이'라고 지칭했다)
녀석의 탈모보다 사실 나는 와이프의 탈모가 더 걱정이 되었다. 탈모에 우울증까지 동반할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걱정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여보, 우리 애가 손가락 힘이 생겼나봐. 내가 안고 있으면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꼬아."
그렇다. 녀석은 손가락의 힘이 생긴것을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와이프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빙빙 감아 와이프의 머리를 뽑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엄마를 많이 아끼는 아빠에게 혼났다.
산후탈모는 과학적으로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녀석의 소소한 행동들이 먼훗날 우리의 기억에 더 남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