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평창동계올림픽과 포크

by 초봉

우리 집은 티비가 없다. 티비를 너무 좋아하기에 티비가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티비만 보면서 시간을 보낼 것을 우려한 우리 부부는 거실에 티비를 놓지 않기로 했다. 다만, 부모님들이 종종 오셨을 때 무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랑방(?)에는 티비를 한대 놓아두었다. 그래서 우리부부는 평소 티비를 잘 보지 않는다.

또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주말에도 근무를 하며 쉬는 날도 상당히 유동적인 편이라, 우리부부는 요일에 대한 개념이 크게 없는 편이다. 내가 기다리는 분리수거하는 화요일을 챙기는 정도랄까?

며칠 전 저녁, 우리의 대화 이슈는 자연스럽게 평창동계올림픽이 되었다. 그러던 중 "오늘이 개막전 하는 날이자나"라는 와이프의 말에 상당히 당황을 했다. 그런 것 까지 모르고 있었을 줄이야!!

우리는 녀석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사랑방으로 몰려가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보기로 했다. 정치적, 사회적인 의미를 배제하더라도 녀석이 태어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하는 올림픽 개막식을 보여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사실 2002년 월드컵을 군대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아빠의 의견이 컸다!)

다행이 우리나라의 입장은 아직 하지 않았었고, 여러나라가 입장을 하고 있었다. 녀석이 처음보는 외국인이었으리라...녀석은 아빠의 무릎위에 앉아서 최근 즐겨하는 3종세트(손빨기, 뒤집기, 침흘리기)를 전혀 하지 않은채 그렇게 티비를 30분 동안 보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색깔이 움직이고, 다양한 억양의 톤으로 이야기하는 티비가 신기하기도 했겠지.

그렇게 우리나라의 입장까지 본 후 우리는 티비를 끄고 방을 나왔다. 다행히 녀석은 칭얼거리거나 더 보여달라는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 부모님이 이정도 보여준 것도 큰 결심을 하신 것이야'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이다.

어제 저녁을 먹은 후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나는 지인이 주신 배를 깎아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장모님이 "어머 배가 너무 다네"라고 말씀을 하시기에 나는 한입을 베어물고 포크에 찍힌 배를 녀석의 입에 갖다 데었다. 녀석이 쪽쪽하며 빨았고 나는 황급히 그 포크를 녀석의 입에서 뺐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단것은 애기들에게 가장 늦게 먹인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혼났고, 녀석은 잠들때까지 포크만 응시했다.

올림픽은 안봐도 되지만, 배는 먹고 싶었구나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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