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녀석의 첫 세배

by 초봉

지난주는 민족의 명절 설이 있었다. 현재 본가(대구), 처가(김천)와 멀리 떨어진 파주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명절이 다가올수록 걱정거리가 생겼다. 첫 번째는 약 300km가 넘는 그 거리를 녀석이 카시트에 앉아서 잘 버텨주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최근 낯을 가리기 시작한 녀석이 친척들을 보고 울어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본가인 대구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많이 밀리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약 6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녀석은 카시트에 앉아 푹 자고, 중간에 한 번 일어나 분유를 한 번 먹고 또 카시트에 앉아 푹 자며 우리의 편안한 이동을 적극 지원하였다. 또한, 우려와 달리 친척들을 보고도 낯을 가리지 않고 '방긋방긋' 웃어주어 '싱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설날 아침, 녀석은 엄마품에 안겨 할아버지에게 세배를 하였다. 녀석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허리를 굽혀 본 경험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건내주시는 세뱃돈을 마다하고 치발기를 꼭 잡고 있는 녀석이지만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녀석도 집안의 종손이라는 이유(?)로 녀석은 보행기를 타고 차례를 지내는 자리에도 참석해 마지막에는 엄마품에 안겨 절을 하기도 하였다. 몇 년 후 '녀석이 생후 5개월에 차례를 지냈다'는 신화가 우리 집안에 떠돌지도 모르겠다.

처가집에서도 녀석은 곧잘 웃으며 외조부모에게도 세배를 하였다. 여전히 치발기는 한쪽 손에 꼭 쥔채.

명절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녀석은 많이 피곤했던지 카시트에 앉아서 많이도 잤다. 그리고 집에 오자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집'임을 인지하자 방긋방긋 웃기 시작하였다. 많이 걱정했던 만큼 녀석이 적극 협조를 하였기에, 우리는 설 명절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었다. 참 많이 고맙기도 했고, 한편으로 '어른들의 세상의 순리로 인해 녀석을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많이 미안하기도 했다.

녀석이 무난한 데뷔전(?)을 치뤘기에 녀석의 다음 명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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