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딱 하나 없는 것을 뽑으라면 '겸손'일지도 모르겠다. 와이프와 나는 '오는 칭찬 안말리고, 안오는 칭찬도 원하며' 누군가 칭찬을 했을 때 "별말씀을요"보다는 "그럼요 제가 누군데요"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녀석이 겸손과 거리가 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녀석이 태어난지 100일 정도 되었을 때 녀석에게 휴대폰 영상을 종종 보여주었다. 거실에 TV가 없고, 녀석 앞에서 우리 부부는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기에 아직 녀석은 영상에 대한 갈구가 없었던 때였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녀석이 보기에는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조금은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우리부부는 녀석을 찍은 영상을 녀석에게 보여주곤했다.
그것이 문제였을까. 녀석은 지금은 자기자신이 나오는 영상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부부가 '이것만은 꼭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녀석은 보다 지겨운지 혼자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또한, 녀석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장면이 TV로 방영되는 순간에도 등을 돌리고 손가락을 빨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자신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 180도 돌변한다. 자기자신을 보며 방긋방긋 웃으며, '너무 귀엽지 않냐'는 투로 손가락을 가르키며 나를 쳐다보기도 한다. 너무 이뻐보이는지 휴대폰 구석구석을 빨아주기도 한다.
최근 와이프는 이렇게 자기자신을 너무 이뻐라하는 녀석을 위해 거울지를 구매해 침실 벽에 세워 두었다. 그 덕분인지 요즘 녀석이 자고 일어나서 하는 가장 첫번째 행위는 자기자신을 보는 것이다. 잠에서 깨면 기지개를 몇번 편 후 거울지로 후다다닥 기어가 자기자신을 보며 방긋방긋 웃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의 미모를 충분히 감상한 후 엄마, 아빠에게 아침인사를 하듯 웃어준다.
자기애가 강한 것이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녀석의 모습이 참 좋다. '파주의 원더보이스'가 이녀석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