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뒤를 쫓는 자

by 초봉

작년 10월 이사를 오며 새로이 구입한 전자제품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로봇청소기'. 와이프와 나는 청소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기에 로봇청소기를 구입하여 대부분의 청소를 맡기고 나머지 구역은 종종 우리가 청소를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녀석이 50일도 안됐던 때에는 로봇청소기를 돌리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 되었다. 로봇청소기는 매일 아침 10시에 자동적으로 돌아가도록 세팅이 되어있는데, 로봇청소기 소리나 모션에 녀석이 놀라 버린다면 청소는 오롯이 우리 부부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녀석은 로봇청소기를 많이 의식하지 않고 자라왔다.

녀석이 뒤집기를 할 무렵, 로봇청소기가 있는 우리집 거실에는 큰 매트가 깔렸다. 녀석이 뒤집고 기는 것을 대비한 매트였다. 로봇청소기는 매트 위를 올라올 수 없기에 녀석은 매트위에 눕거나 엎드린채로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는 것을 주시했다.

며칠 전 마침 엄마가 외출했을 때 로봇청소기가 작동을 했고, 녀석은 매트 끝에 붙어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쳐다보았지만 로봇청소기가 내는 소리와 종종 있는 방향전환이 겁이 났던지 쉽사리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런 녀석이 조금은 안타까웠기에 나는 로봇청소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녀석을 들쳐안고 "만져봐. 이게 로봇청소기야. 우리 집을 청소해주는 거야"라고 말하며, 로봇청소기에 녀석의 손을 대어주었다. 녀석은 신기한듯 로봇청소기를 만졌다.

그 때부터였다. 녀석은 이제 더이상 로봇청소기가 겁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만나는 친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면 부리나케 달려가 로봇청소기 뒤를 쫓고, 로봇청소기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에도 수시로 가서 로봇청소기를 '툭툭'친다. 마치 움직여보라는 듯이. 이제는 로봇청소기가 "쉴 때는 좀 쉬게 둬 ㅠㅠ"라고 말하는 것 같이 집으로 찾아가는 모션도 많이 힘들어 보인다.

아빠마음으로 녀석이 로봇청소기에 가진 '막연한 두려움'이 극복된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로봇청소기를 실제로 만져보니 별 것 아니고, 그것의 뒤를 쫓아도 자신에게 해코지 하지 않는 그런 존재로 녀석이 인지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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