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우리는 호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당시 우리나라는 한겨울이었기에 우리나라와 기후가 정반대인 호주는 한여름 혹은 그 즈음이었다. 나는 반팔티와 반바지를 주로 챙겼고, 만약을 대비해 긴팔 가디건을 하나쯤 챙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주에 가서 우리부부는 '호주가 일교차가 참 큰 곳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때로 일교차가 15도 이상 나기도 했으니. 여행 5일차 정도 되던날 우리부부는 멜버른에 머물고 있었는데, 낮에 내린 한차례 비로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나는 '그정도야' 싶어 반팔티에 반바지를 입고 외출 준비를 했고, 와이프는 조용히 핑크색의 패딩을 꺼내입었다.
우리부부는 날씨체질이 완전히 달랐다. 여름에는 샤워하고 몸을 닦는 동안 땀을 흘리고, 한겨울에도 집에서는 아주 얇은 반바지만 입는 나와는 달리 와이프는 한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한겨울에는 극세사로 된 옷을 즐겨 입는다.
연애를 할 때 많이 힘들지 않았다. 차로 이동중에 더울 때면 에어컨을 켜고, 와이프쪽 에어컨을 끄면 그만이었다. 추우면 히터를 켜고 내쪽 창문을 열면 되었다. 같은 이불에서 자되, 덥는 이불만 달리하면 되었다. 하지만 녀석이 태어나고 우리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녀석이 100일 될 무렵 ㅇ소아한의원을 방문하였다. 대부분의 유아들은 열이 많아 시원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녀석은 특히나 열이 좀 많은 체질이라 조금 더 시원하게 해주어야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는 추운 겨울이었기에 녀석이 자다가 이불을 발로 차면 덮어주지 않는 정도만 했었다.
며칠전부터 녀석의 짜증이 많이 늘었다. 자려고 하지도 않고, 바닥에 누우려고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잘때는 꼭 부모의 품에 안겨서만 잠들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자 우리부부는 조금씩 지쳐가기도 했고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녀석이 혹시 '더워진 날씨때문에 녀석이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와이프에게 거실 에어컨을 켤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5월부터' 에어컨을 켜는 것과 녀석의 감기를 우려한 와이프는 조금 꺼려하는 눈치였다. 거듭된 설득으로 거실 에어컨을 켰자, 녀석은 며칠 동안 보여주지 않던 미소를 짓고 너무도 행복하게 노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는 동안에도 직접 바람이 오게 하진 않았지만 선풍기를 틀어 녀석이 선선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었고, 녀석은 한 번도 깨지않고 꿀잠을 잤다.
우리 세 가족에게 여름이 온 것 같다. 나와 녀석에게는 올 때가 되서 온 여름이지만, 와이프에게는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조금 더 일찍 온 여름인지도 모르겠다. 열이 많은 두 남자 사이에서 와이프는 한 마디 한다.
"잘 때 동태가 될 것 같아. 아무래도 극세사 잠옷을 다시 꺼내야 할까봐. 그래도 녀석이 참 잘 놀아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