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아내가 나를 깨운다.
"오빠, 이제 그 시간이야"
녀석이 100일이 되던 날 차렸던 그 삼신상이 녀석의 첫 번째 생일이던 어제 아침에 다시 차려졌다. 칼을 대지 않은 고사리와 도라지, 너무 비싸 마트에도 팔지 않는 시금치는 참나물이 대신했고, 밥과 미역국 3그릇이 준비 되었다. 2번 절을 하고 축문을 읽었다. 축문을 읽을 때 늘 기억에 남는 것은 '발 크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이다.
그렇게 자는 녀석을 삼신상과 함께 남겨두고 아내와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녀석이 100일 때 삼신상을 차려놓고 나왔을 때는 '혹여나 녀석이 울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면, 이번에 삼신상을 차려놓고 나왔을 때는 '녀석이 상을 다 엎을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과격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는 고향도 아니고, 오래동안 근무했던 직장도 아닌 곳에 머물고 있어 장소를 따로 마련해 돌잔치를 하지는 않았다. 녀석의 친가와 외가 가족들만이 모인 조촐한 돌잔치. 아침부터 친척들에게 애교를 부리던 녀석은 막상 돌잡이가 시작되자 무척 피곤해하며 돌잡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녀석이 조금 진정된 후 녀석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돈'을 집어들었다. '그래, 돈이 없는 것보단 있는게 낫지'라는 생각을 했다.
1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 짧다면 짧은 시간 녀석은 너무도 많이 자라버렸다. 몸무게는 태어날 때에 비해 3배도 넘게 늘었고, 반경 1미터 내의 활동거리는 집안 구석구석으로 늘어났다. 하루종일 천장만 보는게 일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걸음마도 한다. 우는 것 외에는 다른 의사표시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서운함, 아쉬움, 답답함을 몸과 표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번에 40ml도 겨우먹던 분유는 이제 200ml는 거뜬하며 거기에 밥과 반찬도 먹어 입냄새도 난다.
특별한 기억이 없었을지도 몰랐을 1년이 녀석 덕분에 특별한 추억이 많이 생겼다. 녀석과 함께한 파주의 겨울은 너무도 추웠으며, 눈도 참 많이 왔다. 녀석은 벚꽃놀이가 벚꽃을 먹는 것인줄 안다. 여름이 되어 나는 나보다 더 몸에 열이 많은 녀석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가을이 다가오는 저녁 선선한 날씨에 산책은 정말 즐거웠다.
녀석이 태어난지 1개월이 지났을 무렵 경기도 파주로 왔다. 그때 녀석의 아빠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뚜렷한 직업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다. 녀석이 잘 크는 만큼 사업도 잘 되어 11월 말에는 경기도 파주를 떠나려고 한다. 경기도 파주에서의 1년은 녀석이 태어난 꼬박 1년의 기록이다.
녀석은 잘 크고 있다. 비교를 위한 비교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다른 애들에 비해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녀석은 잘먹고, 잘자고, 잘싼다(의사선생님도 그 3가지만 잘하면 걱정이 없다고 했다). 어디 한 군데 아픈 곳도 없었다. 무서워하는 것은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이겨내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녀석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녀석이 태어날 때 1년간의 아빠로서의 심정과 느낌을 남기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제 녀석이 태어난지 1년이 되어 이 글이 마지막 글입니다. 이 내용들을 엮어 나중에 녀석이 어느정도 컸을 때 전해주려 합니다.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에 표현도 투박하고, 맞춤법이 틀리거나 어색한 표현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녀석은 아빠의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습니다. 육아...생각보다 재밌고, 생각보다 몇 배는 더 의미있는 일입니다. 모든 육아를 하시는 분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