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너무 많이 바래서 미안해

by 초봉

아내의 뱃속에 콩알보다 작은 녀석이 생겼을 때,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기에 생명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심장이 생기고, 팔,다리가 생기는 것을 보고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도 들었다. 그 감정은 벅참이라기 보다는 '멀쩡해서 다행이다'라는 기분과 가까운 것 같았다.

초음파로 녀석을 보려고 할 때면 녀석은 항상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한 나와는 달리 아내는 '혹시 얼굴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손으로 계속 가리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멀쩡한 모습으로 잘 태어났다.

녀석이 건강하다는 것. 그것 외에는 바랄 것도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그렇게 녀석은 우리 곁에서 너무도 밝은 모습으로 11개월을 자라주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우리부부는 녀석에게 점차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계속 안아달라고 해서 손목이 나갈 것 같아. 좀 앉아서 놀면 좋을 것을"
"자기 전에 너무 뒹굴어서 재우기가 힘들어"
"이유식을 너무 돌아다니면서 먹는 것 같아"
"저 때 평균키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아. 몸무게는 평균 정도인데"

육아의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모두 우리부부의 잘못이다. 녀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모세기관지염으로 며칠 병원을 다니긴 했으나 단 한번도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응급실에 간적도 없었다. 밤에는 꼬박 8시간, 낮에도 2시간씩 낮잠을 2번이나 잤으며, 아내가 정성껏 만든 이유식도 조금 돌아다니긴 했지만 남김없이 다 먹었다. 외출을 할 때면 유모차에 의젓하게 앉아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도 참 많이 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이렇게 요구하던 것이 이제 녀석에게 너무 큰 것을 요구하는 부모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그것은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과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은 뛰어났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녀석은 어쩌다 한 번 성공을 한 것인데, 부모는 '마치 이제는 그 행위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욕심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녀석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부모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녀석을 받아들이는 부모가 되길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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