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1개월이 된 녀석은 부쩍 움직임이 늘어났다. 기어 다니는 속도도 예전과 비교해 많이 빨라졌고, 세워 놓으면 한 걸음씩 떼기도 한다. 또, 손가락의 움직임이 정교해져 자그마한 과자는 물론 눈에 보이는 것도 신기한 머리카락도 집어 입으로 넣기 일쑤다. 신체적으로 많이 발전된 것 같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기에, 많은 가사일이 기계로 대체된 요즘 우리부부가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은 거실의 상이다(많은 분들이 식탁을 사용하며, 애를 키우며 상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고 하셨다). 상에서 하루 두끼를 해결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상에서 밥을 먹을 때면 녀석은 유심히 쳐다보고, 이내 다가와 자신도 먹을 것을 요구했다. 아니 정확히 요구한 것이라 볼 순 없지만 음식에 달려든 것은 사실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식사 때마다 녀석의 음식도 준비를 해주었다. 아침에는 바나나와 요거트, 점심에는 무화과, 저녁에는 치즈와 이유식 등. 카레에 비벼먹는 아빠의 밥 색깔은 노랗고, 자신의 밥은 하얗지만 그정도는 이해해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녀석에게는 카카ㅇ프렌즈의 캐릭터가 그려진 이쁜 포크가 있었는데, 녀석은 늘 아빠와 엄마가 사용하는 젓가락을 탐냈다. 음식이 다른 것은 이해하나 집기가 다른 것은 납득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아빠의 젓가락을 뺏어 밀가루 반죽같은 두 손으로 이리저리 굴려보다 잘 안되면 엄마가 젓가락질을 하는 것을 유심히 보고 다시 이리저리 굴려본다. 그러기를 수차례. 그러다 안되면 자신의 젓가락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인지 엄마의 젓가락을 뺏어서 이리저리 굴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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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뺏긴 아빠와 엄마의 밥상에서 반찬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녀석이 아빠, 엄마를 똑같이 따라하는구나'라고 결정적으로 느낀 것은 지난주였다. 최근 몸이 안좋다던 아내는 급체를 했고, 밤새 토하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하였다. 병원도 열기 전이라 나는 아내의 손을 따주려고 아내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 모습을 유심히 보던 녀석은 조용히 내 뒤로 다가온다. 그리고 내 등을 짚고 올라서 내가 아내를 두드리듯,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너 지금 뭐하는데, 아빠는 안채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내와 나는 급체도 잠시 잊고 배를 잡고 웃었다. 그렇게 녀석은 내가 아내를 두드리는 것을 멈출때까지 내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다행이 내 손가락에 침을 꽂지는 않았다.
최근 부쩍 내 스스로 조심하는 행동이 많아졌다. 나의 좋지 않은 행동을 녀석이 따라하고 그것이 나중에 '안좋은 습관이 될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아내와 내가 먼저 행동을 바르게 해야겠지만, 아빠와 엄마의 좋은 행동을 따라하는 녀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