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by 서민)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겼으니 이 책은 제 할 일을 다했다.'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외환 위기가 닥치자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변했다. ‘문민’을 내세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무능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에서 유를 일군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게 됐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독재가 필요하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오죽했으면 당시 고려대 학생들 180명이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물 3위로 박정희를 꼽았겠는가? 즉, 외환 위기를 만들어 낸 김영삼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인 셈이다.
박정희에 대한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강준만 - "박정희가 경제를 발전시킨 공로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압살한 것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진중권 - "경제 발전을 박정희가 시켜 줬다고 인정하는 게 문제다. 경제 발전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룬 것이다."
하지만 이에 캠브리지 경제학자 교수인 장하준이 ‘쾌도난마 한국 경제’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논리를 펼쳤다. 물론 박정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경제학적 관점을 서술한다.
박정희 시절엔 경제가 급격히 성장했다.
1960년대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매년 6% 정도로, 세계 최고였다. 이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후 잿더미가 된 나라가 급속도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니까. 참고로 우리나라가 30년 만에 기생충 감염률을 100%에서 5%로 낮춘 것도 경제 발전 덕분이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다면, 즉 사람의 변 속에 있는 기생충 알이 다시 사람 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예전 시스템에서는 백날 구충제를 줘도 기생충을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이룬 경제성장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이 희생당하고 착취당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아랍 등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 중에서 제대로 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가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아서 경제 발전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경제 발전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착취로 빨아들인 부를 어디에 사용했느냐에 있다. 남미나 그 이전 이승만 체제가 ‘민중으로부터 수탈한 부를 흐리멍덩하게 낭비해 버렸’던 반면 박정희는 ‘국가가 수탈한 부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투자하도록 강요하는 역할을 했’다
‘시장 주도’ 체제였다면 경제가 더 빨리 발전했을 것이다?
박정희는 그 당시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계획 경제를 실시했다. 자본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국가가 정했고, 수출 목표치와 더불어 기업들이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까지 간섭했다. 박정희가 국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한 일을 보자. 첫째, 섬유와 합판 등의 부문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기계와 기술을 사와 자동차 업체를 세운다. 둘째, 정부 보조금과 관세 등의 조치를 통해 외제차로부터 우리 자동차 업체를 보호해 준다. 셋째, 국내 사람들에게 차를 팔아 업체의 덩치가 커지면 세계시장에 내보낸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본가들이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일도 철저히 막았으며, 수입을 규제하고 국산품만 쓰도록 강요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명백히 반시장적이다. 하지만 장하준은 말한다. ‘미국식으로 개방하고 어쩌고 했다면 우리나라에는 지금의 삼성이니 현대니 하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저는 이른바 개방과 자유화 전략으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찍부터 시장경제에 모든 것을 맡긴 남미는 아직도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에 대한 가혹한 수탈이 있었다.
장하준은 이에 대한 말마저 무력화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임금 상승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노동자, 농민을 억압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나라는 불행히도 없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도 우리보다 더한 착취와 저임금의 시기를 거쳤다. 안타깝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산업화란 것이 정말 가능한지 곰곰이 따져 볼 필요도 있다. 임금 착취 시기가 필요한 이유는 그래야 자본이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장하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박정희 체제가 경제 발전에 성공한 이유는 독재(즉, 반민주주의)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자유주의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긍정하는 점은 그 비자유주의적 측면이지, 반민주주의적 측면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비판 역시 경제, 사회, 노동, 복지 등의 개혁 정책에서 나타나는 그 자유주의적 측면일 뿐 정치, 외고, 국방, 사법 분야에서의 개혁 정책에 나타나는 그 민주주의적 측면이 절대 아니다.'
남을 설득할 때 논리는 매우 중요하다. 자기가 아는 사실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명제를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논리다. 그리고 이 논리는 책을 통해 길러진다. 회사 회식으로 횟집과 삼겹살 중 어느 것을 먹을지 토론한다고 하자.
팩트로 승부해야 한다.
회는 비싸잖아. 삼겹살 먹으면 10만 원이면 되는데, 회 먹으면 20만 원은 있어야 한다고!
=> 무슨 소리야. 회 값도 많이 싸져서 15만 원이면 돼.
바다 회에는 기생충이 있대.
=> 하지만 실제로 신선한 회를 먹으면 감염될 확률이 1만 분의 1이라고 하더라.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자.
오늘은 회를 먹자.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잖아. 그러니까 회를 먹어야 해.
=> 그럼 4면이 바다인 일본은 맨날 회만 먹겠네?
남의 권위를 인용하라
왜 회를 먹어야 하는데?
=>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를 보니까 공자는 회 마니아였대. 우리, 오늘 하루만이라도 공자가 돼 보면 어떨까?
책 대신 영화를 보는 경우에는 머리를 쓸 필요가 전혀 없다. 편안히 앉아 화면만 주시하면 된다. 영화는 분명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영화 관람에는 상상력이 전혀 동원되지 않는다. 영화를 볼 때 옆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팝콘이나 맥주를 먹는 게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책은 혼자 읽어야지, 누가 말이라도 건다면 진도가 안 넘어간다.
‘사실 저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명연설로 회자되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무리 스탠포드 학생이라고 해도 잡스는 범접하기 어려운 스타 CEO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저렇게 드러내다니, 약간의 놀라움과 궁금증이 더해지며 청중들은 잡스의 다음 말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잡스는 말한다. ‘그저 세 가지 이야기일 뿐입니다.’ 연설 시작 전 몇 가지 이야기를 할 것인지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교장 선생님과 비교된다. 세 가지라니 오히려 그게 뭘까, 궁금증이 생긴다.
잡스의 연설이 성공한 이유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연설이 어렵지 않다.
공학에 있어 최고 전문가이니 전문 용어로 점철된 연설로 학생들의 기를 죽일 수도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는 대신 초등학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연설을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훈을 이끌어 나간다.
‘돈이 없어 대학을 중퇴했다.’ => ‘할 일도 없고 해서 마음에 드는 과목을 몰래 청강했는데, 그게 바로 글자체 강의였다.’ => ‘이 지식은 나중에 매킨토시라는,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됐다.’ 이를 통해 잡스는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든 연결된다’라는 교훈을 이끌어 내는데, 쉽게 말하면 ‘아무리 쓸데없는 거라도 일단 배워 놓으면 나중에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비슷하게 잡스는 ‘때로는 인생이 배신하더라도 결코 믿음을 잃지 말라’라는 교훈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돌아온 이야기를 하고, ‘여러분의 시간은 유한하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신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던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과 다르게 가슴에 새겨지는 이유는 잡스 자신의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말도 자신의 경험과 함께라면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다.
쾌도난마 한국 경제 - 장하준
- "박정희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어디 한번 읽어보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다시 첫 장부터 펼치게 된다고? 얼마나 대단하길래..."
종횡무진 한국사 - 남경태
- "시중에 나온 역사책 중 재미와 유익함 면에서 최고라는데?"
개념 의료 - 박재영
- "한국 의료의 현실과 나아갈 바를 담은 책이래."
고전의 유혹 - 잭 머니건
- "고전 원작을 읽기 전에 읽어보면 그렇게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