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배워온다고?
창업가(혹은 희망자)들이 하는 고민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당장 창업하기엔 내가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대기업 취업을 통해 2~3년 동안 역량을 쌓고 도전할거에요.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과연 사람들은 핵심을 꿰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절대 대기업 취업을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창업가 혹은 미래의 창업가라 칭하며 위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대기업에서 어떤 것들을 배워오고 싶은데요?
십중팔구 그들은 "시스템"이라 말한다.
위와 같은 대답을 던지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1. 뭣도 모르는 사람
2. 정말 능력이 출중하여 단기간에 대기업의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은 첫번째이다.
대기업은 치밀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성장해왔고 또 살아남은 괴물이다. 그들은 아무에게나 그들의 시스템을 학습하도록 허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사원들은 시스템 속 부품이 되어 그들의 일상이 시스템의 전부라 생각하고 살아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추후 자신의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에 간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과장, 부장이 되기 전 퇴사한 사람들은 시스템이 아닌 업무 스킬을 가지고 나온다.
즉, 대기업에 시스템을 배우러 갔지만 자신이 맡은 업무 스킬만을 배워온다는 말이다. (물론 그 업무 스킬로 성공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도 많다.)
취업에 있어 선택지는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갈릴 수 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나도 물론 이 선택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나의 최우선 가치관은 '성장'이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선택은 이 가치관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런 나에게 있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다음은 내가 대기업을 고려할 때 자문자답했던 것들 중 일부이다.
Q. 대기업 타이틀은 나중에 내가 사업을 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가?
A. 스타트업계는 온전히 실력 위주로 돌아간다. 타이틀은 좋지만 실력이 부족하다면 어느순간 도태된다. 타이틀은 아주 잠시 나를 숨겨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Q. 대기업 인맥은 내가 사업을 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A.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일에 적용되는 말이다.
Q. 스타트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업무 디테일을 배워올 수 있다.
A.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신 큰 그림을 보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무엇이 나의 가치관에 더 부합한 것인가?
계속 말했지만 짧은 시간동안 대기업에서 시스템을 배워 나의 사업에 접목시키겠다는 말은 나를 멋지게 포장한다는 느낌 밖에 주지 못한다.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나의 최우선 가치관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이 그 가치관에 부합하는가
< 다양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