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책 두께에 놀라고, 주옥같은 내용에 한번 더 놀라는 이 책, 읽지 말아 주세요.
저는 정말 이 책이 싫습니다. 좋은 정보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를 한 번에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저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제가 가진 지식, 지혜의 희소성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
이 책은 우리네 일상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등등에 대해 말이죠.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더 흥분하게 합니다.
대학생 시절 경영학부 조승아 교수님의 협상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학기 내내 사람들과 여러 전략을 바탕으로 협상 실습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제가 학교에서 들은 수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유익하고 즐거웠습니다. 수업에서는 경영 전략, 심리학, 논리, 직관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상 케이스에 참여하게 하는데 눈물이 날 만큼 억울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사기를 쳐서 많은 수익을 얻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들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협상 수업에서의 경험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때의 경험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정말 머릿속에 문신으로 남겨두고 싶은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P73.
이스라엘의 가석방 심사원 여덟 명이 얼떨결에 이 연구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들은 며칠 동안 꼬박 여러 건의 가석방 신청서를 검토했다. 신청서는 무작위 순으로 제시되었고, 심사원들은 신청서 한 건당 평균 6분을 소비했다. 연구를 진행한 사람들은 식사 직후 가석방 승인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었다. 승인 비율은 식사 후가 가장 높아서, 신청건의 65퍼센트가 승인된다. 그리고 다음 식사 시간의 약 두 시간 전부터 천천히 떨어지다가 식사 시간 직전에는 거의 제로가 된다. (...) 피곤하고 배고픈 심사원은 좀 더 쉬운 기본 결정인 가석방 거부 결정을 내리기 쉽다. 아마도 피로와 허기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 피로와 허기가 심할수록 쉬운 결정을 하게 된다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중요한 발표가 있다면 식사시간 이후로 순서를 조정해봅시다. 발표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보다 박한 점수를 주는 것이 쉬우니까요.
P102.
전달하려는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더불어 기억하기 좋게 표현하라. 가능하면 시처럼 써라. 그러면 진실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 제대로 아는 사람일수록 더 쉽게 설명하는 게 사실입니다.
P132.
한 사람의 여러 성격 중에 어느 것부터 목격하는가 하는 순서는 우연히 결정되는 때가 많다. 그러나 후광 효과가 첫인상의 비중을 높이고, 그래서 더러는 이후에 얻은 정보가 무의미해지는 탓에 순서는 중요하다.
> 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옷 한 벌을 사더라도 좋은 옷으로 사고, 항상 단정하게 입고 다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편한 운동복만을 고집하는 저를 돌이켜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후줄근한 첫인상 탓에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듧니다.
P184.
기준점 효과는 모르는 수량을 추정하기 전에 특정 값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 나타난다. 실험심리학에서 나타나는 매우 신뢰할 만하고 막강한 현상인데, 이때 사람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값을 기준점 삼아 그와 가까운 숫자를 추정치로 내놓는다. (...) 그런 숫자에 영향을 받지 않기로 결심해도 소용없다.
> '연봉협상'에서 이 기준점 효과는 빛을 발합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업주가 받아들일 만한 연봉을 예상하고 그 위에 닻을 내린다면 항상 성공적인 협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받아들이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되면 큰일이겠지만요...
P195.
단일 협상(이를테면 구매자와 판매자가 결정할 문제는 가격뿐 일 때)에서는 먼저 시작하는 쪽이 유리하다. (...) 처음 던지는 기준점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협상을 가르칠 때, 상대가 터무니없는 제안을 내놓으면 나 역시 똑같이 터무니없는 제안으로 맞받아쳐서 이후 협상에서 줄이기 힘든 격차를 만들어놓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보다는 한바탕 소란을 피우든, 뛰쳐나가든, 나가겠다고 협박을 하든, 상대가 제시한 숫자로는 협상을 계속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심리학자 애덤 갈린스키와 토마스 무스 바일러는 협상에서 기준점 효과에 휘둘리지 않는 좀 더 정교한 방법을 제안했다. 이들은 협상을 할 때는 주의를 집중하고 기억을 더듬어 기준점에 반대되는 주장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 예를 들어 협상에서 두 번째로 제안하는 사람이 상대가 받아들일 만한 최소 제안에 주목하거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상대에게 드는 비용에 주목한다면 기준점 효과는 줄거나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의도적인 '반대로 생각하기' 전략은 기준점 효과가 나타날 생각을 편향적으로 수집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기준점 효과를 막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P242.
사람들은 논리와 정반대로 더 생생하고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에 더 높은 확률을 매겼다. (...) 시나리오를 더 구체화할수록 설득력은 높아지지만 실현 확률은 낮아진다. (...) 경쟁할 직관이 없으면, 논리가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