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를 읽고
당신이 오늘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나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만나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름, 학교 등등의 기본 정보만 알더라도 구글,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그 사람의 기본 정보는 파악할 수 있다. 상대방이 살면서 인터넷 환경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조금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역시 주변 친구들의 SNS를 통해 어느 정도 정보는 획득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렇듯 개인정보가 이미 인터넷 상에 공공연히 돌아다니는 시대에 여러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나의 개인 정보를 검색하던 도중 10년 전에 작성한 입시 관련 정보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삭제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 업체에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이미 회사가 망했는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서버가 계속해서 내 개인 정보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개인 정보라는 데이터의 생성, 사용과 더불어 폐기의 시점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전 아마존 수석 과학자였으며,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를 저술한 안드레아스 와이겐즈(Andreas Weigend)는 책을 통해 인터넷이 삶의 중심이 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온 더 레코드'가 기본 설정인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데이터 공유를 꺼려하기보다는, 여러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대신 데이터의 투명성, 주체성 그리고 권리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인터넷에 개인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기술 발전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Facebook이나 instagram, youtube에서 제공하는 흥미로운 영상을 보기도 어려울 것이며, 차량 구매를 위해 구글에서 '재규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구글은 동물 재규어에 대한 이미지만 보여줄 수도 있다. 우리가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위해 차단한 데이터 공유는 역으로 검색의 비효율화와 시간 낭비를 불러일으킨다. 데이터의 유용성이 커질수록 프라이버시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일정 부분 내려놓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주장하기보다는 권리를 주장하고,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확보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이 책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점 가속화될 오픈 프라이버시 시대에 어떤 관점으로 데이터를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로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