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모처럼 늦잠을 잤다.
8시 30분쯤 일어났다.
오늘 하루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도시 구경이나 하면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따뜻하게 씻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정말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아무런 방향 없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미국의 거리는 정말 이국적이면서 이쁘다.
버스, 트램이 한데 어우러져 지나다닌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하늘도 서울의 그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맑다.
파란 하늘과 건물의 조화가 아름답다.
그리고 도로에서는 전기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색다르다고 느낀 것은 어젯밤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노숙자들이 위협적으로 구걸을 했었다면 낮에는 노숙자들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공연을 하거나 조용히 팻말을 걸고 돈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I'm pregnant and hungry라는 팻말을 든 임산부를 봤을 땐 마음이 아팠다.)
특히 중심부에는 음악소리가 끊기지가 않았다.
도시 곳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린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주차 정산 시스템.
주차가 불가능한 곳은 바로 견인해가겠다고 경고판이 붙어있다.
하지만 주차가 가능한 곳은 사진과 같이 기기들이 일렬로 서있다.
살펴보니 주차가 되면 자동으로 차량을 인식하고 시간을 계산해 스크린에 그 금액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차량을 주차했을 때엔 관리하시는 분들이 직접 금액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에 반해 이렇게 자동화를 하니 분쟁의 소지가 확실히 줄어들고, 인건비가 절약되는 부분이 있다.
아마 미국의 인건비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도 있겠지만, 이러한 자동화를 통해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밌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도로에는 차뿐만 아니라 전차도 지나다닌다.
그래서 도로에 철길이 놓여 있다.
더 신기한 것은 전차가 차량과 같이 신호에 맞추어 멈추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자전거, 자동차, 전차, 버스가 모두 한데 어우러져 도로를 누빈다.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았기에 길을 걷다가 종종 멈춰 서서 근처 가게의 와이파이를 사용했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과 굉장히 다른 부분이 있다.
한국의 와이파이는 대부분 바로 접속하여 사용할 수 있는 완전 개방형이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사용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오늘까지 미국에서 개방형 와이파이를 발견한 적이 전혀 없다.
비밀번호가 걸려있거나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브라우저를 통해 '확인'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연결이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확인 버튼을 누르고 와이파이를 사용해왔지만 갑자기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
그리고 2가지 경우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문화'이다. 미국은 개인주의가 굉장히 강하고 남들에 대한 배려를 한국보다는 덜 하는 것 같다(순전히 내 경험에서 비롯된). 그런 의미에서 타인이 자신의 자산(와이파이)을 사용하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개인정보'이다. 모든 곳에서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유니클로를 방문했을 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를 하는 체크박스가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와이파이를 사용함에 있어서 '확인'버튼을 누름으로 인해 개인 정보를 다 주는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아마 별생각 없이 이를 할 텐데 이를 통해 누군가는 돈을 번다니!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이다. 데이터가 곧 돈이다.
길을 걷다 보면 유명한 스타트업, VC의 건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미박스'도 보였다.
LinkedIn의 건물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고층 빌딩이 전부 푸른 유리로 되어있고, 링크드인의 로고가 박혀있다.
나도 저런 빌딩을 가질 것이다.
한참을 걸어 다니다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정말 이곳에서 스타벅스는 블록마다 있는 것 같다.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를 찾을 수 있다.
다른 유명 브랜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짐작해 보았다.
일단 '가격'.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 음료의 가격은 싼 편이 아니지만, 미국에서 스타벅스 음료의 가격은 굉장히 싸다.
실제로 다른 카페들에서의 음료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싼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안정감'.
한국의 스타벅스와 미국의 스타벅스는 본질적으로 같다.
인테리어, 추가 제공되는 우유, 쓰레기통 등등이 동일하다.
나도 오늘 스타벅스를 이용하며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접근성'.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스타벅스를 발견하는 것은 굉장히 쉽다.
그렇기에 '스타벅스는 어디에든 있다.'라는 '접근성이 좋다'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기 시작한다.
실제로 다른 카페를 검색하기보다 먼저 '스타벅스'를 검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스타벅스의 전략에 소름이 돋았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보다 좋았던 것은 '베이글'
한국에서는 비싸지만 여기서 '구운 베이글 + 크림치즈'는 1.5달러밖에 하지 않는다.
베이글과 커피를 마시니 기분이 좋다.
그리고 가져간 리처드 브랜슨의 책을 읽으며 여행기를 작성했다.
재밌는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한국의 화장실과 다르게 미국에는 화장실에 소변기가 없고 세면대와 변기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화장실 자체의 크기는 굉장히 크다.
큰 화장실 안에 변기와 세면대가 딸랑 있는 형태인데, 이 정도 크기이면 화장실을 2개로 나눠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화장실에는 단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는 경우가 많았다.
아, 종이로 된 변기 엉덩이 덮개도 항상 있었다.
(미국인이 다른 사람과 같이 무언가를 쓰기 싫어해서 그러는 것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