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
따뜻하고 편하게 푹 잤다. 잠에서 깼을 땐 잠시 동안 내가 한국 집에서 잠을 잔 듯한 느낌이었다. (인도 여행에서 침낭은 필수인 듯!) 곽씨는 어제 많이 피곤했는지 아직도 잔다. 날씨는 꽤나 쌀쌀하다.
하루를 시작하려 숙소 밖으로 나왔는데 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사실 처음 그녀를 봤을 땐 한국 사람인 줄 몰랐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큰 배낭을 멘 그냥 동남아 여행자 같았다.(미안합니다...) '로즈니'라는 인도 이름을 가진 그녀는 2달째 미얀마, 인도를 여행 중이란다.(사실 한국 이름은 모른다..) 여자 혼자서 정말 대단하다. 어찌어찌하여 우린 2박 3일의 심라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심라의 메인 거리는 굉장히 세련되고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람들도 굉장히 활기차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많다. 반면 심라의 골목 구석구석은 메인 길과는 색다른 냄새가 풍긴다. 좀 더 토속적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오늘의 아침 식사는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인도 식당! 길가의 세련된 다른 레스토랑들 보다 이렇게 토속적인 느낌의 식당이 더 정겹다.
레스토랑과 작은 식당은 정말 다르다. 작은 식당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있지만 큰 레스토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돈'이 들어가 있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을 한쪽은 '고객'으로 생각하고, 한쪽은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든다. 사업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선 레스토랑의 형식이 더 맞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사기는 힘든 구조인 듯하다. (레스토랑과 작은 식당은 다분히 내 개인적인 구분 기준에 맞췄다.)
식당 입구에선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대부분이 튀긴 음식이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시켜본다. 현지 식당에서는 위생 따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음식이 나오면 잠시 음식에 대한 예의(사진 찍기)를 표하고 음식이 사라지는 마술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정말 현지식이다. 카레는 음식들 대부분과 좋은 조합을 이룬다. 밋밋한 음식들도 카레가 들어가면 새콤하고 담백하고 오묘한 맛을 낸다. 정말 인도인도한 음식이었고 배부르게 먹었다. 혼자보다 여럿이 여행하면 가장 좋은 점은 여러 가지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다는 것!
버스 매표소가 문을 여는 11시까지는 많이 남아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왠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카페로 향했다. 차 한잔과 크라페를 먹어보았다. 크라페는 너무 달다... 차는 그냥 차맛이다...
한국인에게 카페는 정말 다양한 생활공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만남의 장소, 공부와 토론의 장소, 인연이 시작되고 끝나는 장소, 잠시 앉아 쉬었다 가는 장소 등등. 카페는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 카페의 미래상은 어떨까. 지금과는 어떤 방향으로 달라질까. 메뉴만 바뀔까? 아니면 카페라는 공간과 시간 자체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변화할까. 아직 내가 바라보는 카페는 단순히 만남의 장소 혹은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차 예약을 위학서는 간단한 정보를 종이에 작성해 가져가야 한다. 앞으로 아그라, 바라나시에서 남은 여정을 보낼 것이기에 기차도 이 두 역을 기점으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맞는 열차가 없었고, 가능한 기차마저도 이미 매진이다... 아쉽다... 인도에서 꼭 슬리핑 기차를 타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슬리핑 버스로 이동하기로 한다. 심라에서 델리까지, 델리에서 아그라까지, 아그라에서 바라나시까지의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