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
7시 30분쯤 심라 역에 도착했다. 산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어둡다.
우리가 묵으려는 ymca 숙소는 심라 올드 역이 가까워서 그쪽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뉴 심라 역이 종착역이란다.
숙소는 뉴심라 역에서 30분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심라 역에서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택시들이 있고 제각기 숙소를 추천해준다며 호객행위를 한다.
'내가 진짜 좋은 방 알아. 근데 엄청 싸! 800루피야!'
'아 정말? 근데 아쉬워서 어쩌나. 우리 이미 방 값을 지불했어...'
이미 돈을 냈다고 하면 대부분 실망하고 돌아간다. 간혹 그래도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약간 멘붕이었다.
'숙소 예약이 다 차있으면 어떡하지?'
'이 늦은 밤에 짐을 다 지고 숙소에 가는데 별일 없겠지?'
'가는 길은 여기가 맞겠지?'
그래도 나 혼자가 아니라 곽씨와 함께라 다행이다. 가는 길이 대부분 오르막길이라 숨이 찬다.
'내가 체력이 약한 게 아니라 여기가 고산지대라 힘들 뿐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심라는 굉장히 깨끗한 도시처럼 보인다. 계속해서 걷다 보니 드문드문 사람들과 상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메인 스트리트에 도달했다. 이 곳의 상점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대부분이 포장도로이고 길 위에 쓰레기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말 유럽 같은 느낌이 나는?(물론 나는 유럽을 가본 적이 없다.)
술을 파는 곳도 있다. 호기심 반, 피곤함 반에 킹피셔 맥주를 하나 구입했다. 140 루피니 그리 싼 편은 아니다. 오히려 맥주보다 럼이나 보드카가 훨씬 저렴하다. 길 위에서 마셔도 괜찮지만 신문지로 겉을 가려야 한다고 하면서 신문지로 돌돌 말아준다. 킹피셔 스트롱. 무려 8도짜리 맥주다. 몇 번 마시고는 너무 쓰고 맛이 없어 곽씨에게 주니 꿀떡꿀떡 호로록 다 마셔버린다.
ymca숙소에 도착했다. 9시쯤 도착했는데 문이 다 잠겨있었다.
'오우 쉣! 큰일 났다! 이 밤에 다른 숙소 어디로 가지....'
혹시 모르니 소리라도 질러볼까 하여 철창을 살짝 밀어보니 스르륵 열린다. 그냥 문이 잠긴 것처럼 해둔 것이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우리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여기는 더블룸이 하루에 700루피! 그리고 조식도 준다고 들었다.
'우리 방 하나 줘. 얼마야?'
'800루피'
'700루피라고 들었는데'
'올랐어'
실제로 확인해보니 가격이 진짜 800루피로 올랐다!
'700루피 해줘'
'안돼 800루피야'
완고하다. 이제 허풍을 떨어보자.
'얼마 전 한국인들 여기 여행 온 적 있지? 그 친구들이 700루피에 했대. 엄청 좋다고 추천해줘서 온 건데 700루피에 안된다고?'
'음... 그래 그럼 700루피'
나이스!
'3일 묵을 거니까 2000루피에 해줘.'
'안돼 2100이야. 800에서 700으로 해줬는데 뭘 더 바라?'
흠... 그래 이번 건 좀 욕심이었어. 오케이. 진행하기로 결정!
'조식은 주니?'
'아니. 방을 제외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는 없어'
방은 꽤나 널찍하다. 창도 크게 두 개나 있고, 무엇보다 전망이 좋다! 단점은 콘센트가 하나라는 것?,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것? 멀티탭이 없는 우리에겐 아쉬운 점이다.
화장실, 샤워실은 공용인데 한국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쾌적하다. 물도 아침 9시 이전까지는 뜨거운 물이 나온다고 한다. 단점은 뜨거운 물을 한 번에 데웠다 사용하고 다시 한번에 데웠다 사용하는 방식인지는 몰라도 곽씨가 씻고 나서 내가 씻을 차례가 되니 차가운 물이 나왔다. 결국 창문이 깨져서 찬바람이 들어오는 곳에서 찬물로 샤워를...
'그래도 인도에서 이 정도면 훌륭한 거야!'
하루 종일 너무 부실하게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식당을 찾다가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한껏 분위기를 내본다. 근데 남정네 둘이 무슨 분위기가 나겠나... 그냥 테라스에 있다가 추워서 안으로 들어왔다. 낭만 따위 없다. 우린 생존이 더 중요하다!
이곳은 고급 레스토랑 같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웨이터도 잘 훈련받았다는 분위기가 늘씬 풍긴다. 그리고 대부분의 손님은 인도인이다! 인도 고급 식당에 온 느낌이랄까? 암튼 깔끔하니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