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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 꿀 Nov 11. 2018

방탄소년단 유럽 투어 예매 후기

스톡홀름살이 6

7th November 2018


정말 운 좋게 BTS Love Yourself 투어 런던 공연 이틀을 모두 예매해서 지난달에 다녀왔다. 한국에 살던 아미가 어쩌다가 유럽에 살게 돼서 티켓팅을 했던 썰을 풀어본다.


1. 티켓팅 준비

이직이 정해지고 유럽 투어 티켓팅 일정이 나와서 서슴없이 가기로 결심했다. 유럽 안에서는 비행기표도 비싸지 않고 휴가도 충분하기 때문에 티켓만 있다면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LY는 내 첫 투어였다. 무조건 간다! :)


티켓팅과 시차

하지만 티켓팅 시간이 문제였다. 나라별로 별도의 ticketmaster에서 9시에 열린다는 것이다. 제일 가고 싶은 도시를 영국, 네덜란드, 독일로 생각했는데 네덜란드와 독일은 같은 시간대 안에 있고 영국만 한 시간이 늦었다. 그러니까 용병을 구하지 않는 한 나만으로는 티켓을 여러 장 구할 수 없는 구조였다.

네덜란드는 스웨덴에서 제일 가까운 나라여서 가기 편할 것 같았고 독일은 내가 안 가봤으니까, 그리고 영국은 시차 때문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 티켓팅

용병 투혼

나는 회사 친구 두 명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전부 유럽 콘서트를 예매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티켓팅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서비스에 얼마나 익숙하냐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전날 유튜브에서 동영상도 찾아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미리 가입을 하고 사이트를 몇 번 눌러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준비가 별로 없었다.


1차 시도

오후 4시 업무 시간 중이 1차 시도가 있었고 시원하게 실패했다. 모든 망한 티켓팅이 그렇듯 내 컴퓨터에서 사이트는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ticketmaster는 좌석 선택 화면으로 들어가기 전에 큐 안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코레일에서 명절 기차표 예매할 때 내가 몇 번째인지 보여주는 화면이랑 비슷하다. 그리고 막상 좌석 선택 화면으로 가면 일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것저것 눌러보면 다 좌석이 없다고 나오거나 무한 로딩이 시작되는 것이다!!


좌석 선택은 시스템에 맡길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탠딩은 우리나라처럼 번호순 입장이 아니라 당일 선착순이라서 티켓팅 할 때 순서를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구역도 vip와 일반 두 가지로만 나눠지고 vip는 더 비싼 패키지로만 구입할 수 있고 별도의 상품으로 판매되었다.


2차 시도

폭망 후 런던! 런던은 이틀 공연이기 때문에 용병 친구와 하루씩 나눠서 공략했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막 이것저것 눌러보던 중 (1차에 하나도 못 건졌기 때문에 침착하게 읽어볼 상황이 아니었다) 티켓팅을 도와주던 친구는 스탠딩 표를 잡고 나는 좌석표를 잡았다. 더 적을 내용이 없는 이유는 어쩌다가 얻어걸렸기 때문. 갑자기 좌석 티켓이 딱 걸려서 어? 어? 배송? 카드? 하다가 티켓팅이 끝났다.



3. 티켓 배송지 바꾸기

티켓 예매는 했지만 다음 문제는 언제 어디로 티켓을 받을지 미리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7월에 한국을 떠나는데 일단 입력한 배송지는 당시 살던 오피스텔 한국 주소였기 때문. 우리나라에서는 예매가 열리면 배송 시작 날짜를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ticketmaster는 콘서트 날이 가까워서 보내준다는 안내뿐이었던 점이 답답함을 부추겼다.


티켓 공수 계획

7월부터 10월에 하는 콘서트 티켓 배송 걱정을 하는 것은 지나친 설레발일 수도 있으나 정말 정말로 안전하고 확실하게 받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한국 오피스텔로 배송되고 모르는 사람의 손에 내 티켓이 들어갈 수도 있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고 싶었다. 또, 스톡홀름에서 지낼 곳을 일단 정했더라도 이곳이 임시 집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공연장 박스오피스에서 직접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고, 혹시나 티켓 배송이 생각보다 빨리 시작되면 돌이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이메일 문의하기

이때부터 ticketmaster과 런던 공연장인 the o2의 이메일로 적극적으로 문의하기 시작했다. 이메일은 대부분 답장을 받았으나 일주일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 이메일로 확인한 내용은:

박스오피스 수령은 티켓 상의 이름과 신분증의 이름이 맞아야 가능 (이것은 o2의 정책으로 공연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티켓의 이름은 예매한 신용카드 정보를 사용하고 어디에서도 바꿀 수 없음

그러니까 친구가 예매해 준 티켓은 공연장에서 수령할 수 없다는 이야기. 나는 내 이름으로 예매한 티켓은 현장 수령하고 친구가 예매한 티켓은 스웨덴 집으로 배송 주소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cardholder 확인 피하기

We work in line with the Data Protection Act, so to keep your details safe we can only discuss a booking with the cardholder we have on record.

유럽 국가의 (망할) 이름 확인은 티켓을 배송받는 중 여러 번 괴롭혔다. ticketmaster는 티켓을 예매한 신용카드의 주인(cardholder)만 티켓에 대해 고객 문의를 하고 배송지를 바꾸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이건 법적인 것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 이름으로 된 계정으로 친구가 티켓을 예매한 지금의 상황에서 번거롭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보내더라도 신용카드의 이름과 문의한 이름(계정 상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아서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며칠을 날리고 다시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법을 피하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로그인하지 않고 고객 문의를 보내는 것이다. ticketmaster의 고객 문의는 웹사이트에서 질문 카테고리, 작성자 정보(이름과 신용카드 정보 등), 그리고 질문을 채워서 작성하면 이메일로 답변을 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로그인을 하면 작성자를 바꾸더라도 로그인한 계정 이름으로 답변 메일이 왔다. 하지만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고객 문의를 보낼 수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 방법으로 티켓 하나의 배송지를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ticketmaster로 전화하기

내 이름으로 예매한 나머지 하나는 전화로 공연장에서 받을 수 있게 바꿨다. 여러 번 이메일을 보내면서 기다려서 답변을 받는 것에 질려있는 상태였다. 나는 전화로 영어를 쓰는 것은 자신이 없는 편이었다. 해외 전화는 목소리도 선명히 안 들리고 미묘한 시간 차이도 있어서 당황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화하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첫 도전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는 애드시런 노래만 한참 듣고 아무와도 통화하지 못한 채로 끝났다. 전화를 걸면 안내 메시지가 나오는데 '애드시런 콘서트 때문에 전화한 거면 웹사이트를 사용하라'라는 내용이라 기다리면 연결이 되는 줄 알았던 것.

계속 기다리기만 하니까 원래 상담원 연결이 어려운 줄로만 알고 다른 시간대에 다시 전화를 걸었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용건을 말해'라는 부분을 놓친 것이었다. 예전에 미국에서 질문을 먼저 말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담당자와 연결시켜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았지만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다이얼을 누르는 것을 자동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조금씩 배워가며 겨우 티켓 배송을 정리했다. 그 후 스톡홀름으로 이사, 새 직장 적응 등 많은 일들이 있었고 다행히 한 집에서 계속 살게 돼서 티켓이 언젠가 오겠거니 하면서 잊고 지냈다.



4. DHL을 받다

그리고 9월 중순에 갑자기 DHL로 티켓을 받을 것이라는 메일을 받게 된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택배를 1층 편의점에서 주로 받는데 배송을 집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DHL 고객센터로 전화까지 해두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퇴근했다.

그리고 이름 확인은 다시 나를 괴롭혔다. 물건을 받으려고 아이디카드를 보여줬더니, 배송 상의 친구 이름과 내 이름이 달라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결하고 반송을 했다가 다시 받으라고.


겨우 만난 내 티켓!

공연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반송은 절대 안 된다. 그리고 DHL로 다시 넘어가서 해결될 것 같지가 않았다. 카운터에서 내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예매한 내역, 이메일, SMS 같은 것을 모조리 보여주면서 공연이 얼마 안 남았고 내가 받아야 되는 것이 맞다고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우겼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의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내가 진상짓을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말을 쏟아냈다. 돌이켜보면 그 정도로 영어를 할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인 것 같다... 따지지도 못하고 그대로 뺏겼으면 세상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분은 설득당했다. 뭔가 잘못되면 그분이 뒤집어쓴다고 하길래 어떤 상황이 문제가 되냐고 물어봤는데 원래 주인이 나타나는 경우라고 했다. 그래서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말하고 (아직까지 진상처럼 큰 목소리로) 당당히 티켓을 받았다. 스웨덴에 와서 손꼽히게 아찔한 날이었다.


티켓도 받았고 비행기랑 숙소 예매 끝! 런던으로!


#방탄소년단 #BTS #투어 #후기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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