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적 완만한 성장

요가에서 느끼는 것들

by 개발자 꿀

요가는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요가를 시작한 지 채 5년도 되지 않은 초급 수련자가 내뱉기에는 너무 단정적인 말 같아 보여도, 첫 수업을 듣고 나서 바로 깨달았다. 나는 요가를 좋아할 수밖에 없고 아주아주 오래도록 하고 싶다고.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을 떠난 후에 요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요가원은 회사와 집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스웨덴에서 내가 속한 몇 안 되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또 요가는 여태껏 살면서 터득한 방법 중 가장 확실하게 감정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준다.



아쉬탕가

아쉬탕가 요가는 시리즈마다 정해진 동작을 정해진 순서대로 한다. 2번 동작은 항상 1번 동작 다음에 한다. 수업 난이도에 따라 동작을 빼기도 하지만 건너뛰지 않는 것 또한 기본 규칙이다. 진도를 나갈 때도 3번 동작을 할 수 있어야 4번을 시작할 수 있다.

시리즈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순서를 외우면 선생님의 구령이 없어도 자신의 진도와 속도로 혼자 수련할 수 있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수련하는 수업 또는 방식을 마이솔이라고 부르는데, 아쉬탕가 요가가 만들어진 인도의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이솔 샬라에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동작을 하고 있고 선생님들이 매트 사이를 돌아다니며 잘못된 자세를 고쳐주기도 하고 동작을 도와주는 것을 볼 수 있다.


Suptakurmasana, Sleeping Tortoise Pose

숩타쿠르마사나

내 현재 진도는 숩타쿠르마사나다. 정말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 같은 이 동작은 우선 다리를 어깨에 올린 다음 상체를 곧게 충분히 내리고 가슴과 어깨를 펼쳐 등 뒤에서 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다음에 발을 목에 걸기 시작한다.

나의 어깨는 굽었고 쉽게 뭉친다. 짐이 많은 부류인 데다 서있으면 노트북과 책을 짊어지고 앉아있으면 모니터 앞에 수그린 채로 10년을 넘게 살았으니 그 횟수만큼 어깨가 눌리는 것을 생각하면 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러한 굽은 어깨로 어깨를 열어야 하는 동작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처음 숩타쿠르마사나를 선생님과 연습했을 때의 일이다. 당연히 손이 잡히지 않으니 몸을 억지로 만드느라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힘을 쓴다. 한 번 어깨가 크게 놀랐고 그렇게 다친 것이 거의 한 달을 갔다.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 약간의 통증을 느낀 적은 있어도 이 정도로 하루 종일 몸을 찌르듯 아픈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는 어깨가 저릴 때마다-그러니까 거의 하루 종일- 숩타쿠르마사나에 대해 생각했다. 퇴근하고 열심히 찜질을 해가며 꿋꿋하게 수련을 하긴 했다. 하지만 오른쪽 쇄골부터 목과 어깨는 너무 불편했고, 어깨가 약한 것을 그동안의 수련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으며, 그래도 숩타쿠르마사나는 빨리 만들고 싶은 상태에서 자기 의심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대로 1년 2년이 지나도 못하면 어떡하지, 영영 못하면 어떡하지, 너무 요가를 늦게 시작한 걸까, 이 상태로 수련을 가는 게 맞을까,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한 동작에 너무 집중하면 한 시간 남짓한 전체 수련이 동작 하나를 위한 여정이 돼버린다. 준비, 준비, 또 준비를 하다가 마침내 피날레 숩타쿠르마사나 순서가 왔을 때 동작이 얼마나 잘 넘어가는가가 그 날의 수련의 결과이자 남은 하루의 기분을 결정한다.




나는 여전히 등 뒤에서 손을 잡지 못하지만... 파이팅과 자기 의심 사이를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머리에 스며들듯이 다른 동작들이 좋아진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미 나간 진도는 어느 정도 되었으니 신경을 덜 쓰기 쉽지만 진도는 완벽의 척도가 아니므로 그 안에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꿋꿋하게 요가원에 나갔던 시간 동안 나는 숩타쿠르마사나를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나머지 동작을 더 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투적이지만 '물이 절반밖에 안 남았네'와 '물이 절반이나 남았네' 같은 것.


자누시르사아사나 A 부터 C*

특히 큰 변화를 느낀 것은 자누시르사아사나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아랫배가 허벅지에 닿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상체를 내려서 배부터 턱까지 다리에 댈 수 있다. 요가를 하기 전에는 유연하면 몸이 그냥 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직접 해보니 곧고 예쁘게 내려가려면 배 근육을 포함해서 많은 것들이 필요하더라. 숩타쿠르마사나를 하는 것만큼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Supta Kurmasana is one of the deepest hip openers in Primary Series of Ashtanga Vinyasa Yoga. This posture require: deep external rotation in the hips, deep flexion in the spine and a deep inner rotation in the shoulder join."**


요가적 성장은 유기적으로 일어난다.

다른 동작이 먼저 좋아지는 과정을 다른 말로 해보면 숩타쿠르마사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부분들을 조금씩 쌓아왔다는 말이 된다. 숩타쿠르마사나는 엉덩이, 척추와 어깨를 모두 써야 하는 어려운 동작이다. 그 연습을 당장 숩타쿠르마사나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어느 정도 하고 있었던 동작들에서 조금씩 나아지다가 3박자가 맞기 시작하면 숩타쿠르마사나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숩타쿠르마사나를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동작들을 예전보다 좀 더 길고 깊게 도전할 수 있다. 자기 몸을 쓸 때 한계를 보수적으로 정하기 쉬워서 이 한계를 넘으려면 외부적인 도움이나 충격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동작을 배우면서 선생님이 힘을 쓴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도움으로 내가 자누시르사아사나를 얼마나 더 깊게 내려갈 수 있고 어깨가 얼마나 더 열릴 수 있는지 느낀 것이다. 나의 경우 안타깝게 고통스러운 배움이긴 했지만.


이런저런 것을 생각해보면 아쉬탕가 시리즈에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이 이해가 된다. 동작끼리 서로에게 도전 의식을 주고 도와가며 성장한다. 갑자기 뜬금없이 너무 어려운 동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차근차근 쌓아 올릴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나의 일도 마치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성장을 원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수와 실패를 짚어내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새로 발견하면 축하하고, 이 힘을 발돋움 삼아 원하는 목표로 나아가는 상처 없는 사이클이었으면 좋겠다.



* https://www.ashtangadispatch.com/primary-series/

** https://www.itsyogasatellite.com/2016/07/29/how-to-work-toward-supta-kurmasana/


20th May 2019

#요가 #아쉬탕가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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