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백을 연습하며
요가로 기억되는 시간들이 있다.
시르사아사나사(머리서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리차사나D 양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솔에서 프라이머리 시리즈 하프를 지났다... 같은 성취들이 지나가는 시간에 이름을 지어준다. 올해 3월 초에는 드롭백을 시작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시작한 지 6개월째인 지금 여전히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데 혼자 올라오기까지 앞으로 또 다른 6개월이 필요한지 1년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는 중.
처음 몸을 뒤로 접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생경했다고 기억한다. 어릴 때 운동에 흥미가 없어서 뒷구르기도 별로 안 해본 나는 몸이 뒤로 넘어가고 시야가 뒤집히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게다가 처음 몇 달은 뒤로 내려갈 때 허리가 찌르르 아팠다. 직접 해보면 드롭 백이 얼마나 생활 습관과 정반대인 동작인지 알 수 있다. 아직도 주말을 지내고 오면 월요일마다 척추에 기름칠을 다시 하는 기분, 뼈를 재정렬하는 느낌을 받는다.
"Do your practice and all is coming." - Sri. K. Pattabhi Jois
내가 언젠가 뒤로 내려가서 혼자서 올라올 수 있을까 - 라는 의심이 얼마간 나를 괴롭혔다. 선생님마다 동작을 시작하는(보통 동작을 받는다고 한다) 시점이 다를 텐데 나의 스웨덴 선생님은 드롭백을 조금 일찍 시작하는 것 같다. 드롭백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고 한국에 갔을 때 서울에서 몇 번 수련을 했다. 처음 드롭백을 해보고 서울 요가원의 선생님께 백밴딩에서 손과 발이 너무 멀다며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간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들은 것을 시작으로 자기부정이 시작되었다. 이 말을 듣기 전에는 계속 하다보면 될 것이라는 적어도 마음은 편안한 상태였다면, 준비가 덜 되었다는 말이 긍정을 좀먹고 조바심을 키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마음이 타들어가지만 스스로 불을 끌 줄 아는 것도 수련의 일부임을, 이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또한 말이다. 나에게 요가는 도전과 노력으로 몸과 마음을 갈고닦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아마 나는 드롭백을 배우는 중에 어떤 형태로든 마음이 쿵 떨어지는 순간을 마주쳤을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준비란 없고 언젠가는 덜 완성된 상태로 드롭백을 시작했을 테니까. 드롭백은 여태 받은 동작 중 가장 고난도 동작이다. 그러나 시르사아사나, 마리차사나를 시작할 때는 그 동작들이 가장 어려웠고 딱 지금처럼 마음에 불을 끄고 기다리면서 지나오지 않았던가.
힘으로 유연성을, 유연성으로 힘을
한국에서 손과 발 사이가 멀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기 때문에 막연히 허리가 더 많이 접혀야 한다고만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백밴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보통 백밴딩은 세 번 하는데(위에 사진처럼) 우리 요가원에서는 다섯 번씩 시킨다. 두세 달 전만 해도 나는 세 번에서 네 번으로 딱 하나 늘리는 게 너무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곤 했다. 이런 이야기를 선생님한테 했을 때 허리의 유연성보다도 다섯 번 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먼저라면서 우선 다섯 번을 채우려고 노력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때부터 허리를 하드코어하게 쓰는 동작들을 나의 팔과 다리 힘의 문제로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첫 요가 선생님의 '힘으로 유연성을 기르고 유연성으로 힘을 기르라'는 조언을 기억났다. 다섯 번을 버티기 충분한 힘이 생기면 더 오래 백밴딩에 머무르면서 허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상황이고, 처음 백밴딩을 할 때는 등이 어느 정도 유연하기 때문에 상체를 띄울 수 있어서 팔다리 근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다.
대척점에 있는 것 같이 보이는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사고방식은 전혀 새롭지 않다. 역사도 자연도 전부 균형에 의해 움직이고 살면서 클리쉐가 낀 비슷한 조언을 수도 없이 들었다. 내 생각에 요가의 진짜 좋은 점은 머리로 알던 것들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철저하게 실천주의적인 방식으로 말로만 들어왔던 이치가 사실은 나의 손과 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어떤 가르침의 방식보다도 느리지만 직접적이다.
사진에서 세 번째 동작이 차투랑가 단다사나, 플랭크를 버티는 것과 비슷한 자세다. 그다음은 우르드바 무카 스바나사나(Upward-facing dog) 그리고 아드호 무카 스바나사나(Downward-facing dog)이다.
드롭백부터 차투랑가 단다사나로
백밴딩 다섯 번을 채울 수 있게 된 후에도 드롭백이 좀처럼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이론 공부를 하면서 유튜브에서 좋은 영상을 찾았다.
Ashtanga Yoga & Backbending with Laruga Glaser, Purple Valley Ashtanga Yoga
영상 중반부부터 백밴딩과 관련된 동작들을 설명해주는데, 차투랑가 단다사나에서 업독으로 전환하는 자세부터 시작한다. 빈야사는 매트에 서는 첫날 배우고 정말 많이 반복하지만 제대로 하기 어려운 대단한 동작이다. 프라이머리 시리즈에서는 앉은 자세부터만 30번이 넘고 수리야 나마스카라까지 더하면 40번에 가깝다.
스톡홀름에서 마이솔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쉬탕가를 막 시작한 사람이 차투랑가 단다사나에서에서 다리를 바닥에서 띄우고 발만 굴러서 쓱 업독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을 때의 충격이란...! 하루에 40번씩 하는 기본적인 전환을 못한다는 것이 마이솔에서 처음 느낀 스트레스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플랭크는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업독으로 올라가려면 몸이 무겁고 팔이 후들거려서 여전히 몸을 바닥에 붙여야 했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신경 쓰되 빈야사에서 너무 힘을 빼지 않고 잠정 후퇴하는 것이 얼마간의 상태였다.
후퇴에서 전진으로 계획 변경은 바로 위의 영상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백밴딩과 빈야사를 연결 지을 때 업독에서 가슴과 허리를 쓰는 부분을 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야기는 차투랑가 단다사나부터 시작된다. 차투랑가 단다사나에서 몸을 바닥에서 떼고 올라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상체부터 하체의 조화 때문이라고 한다. 업독을 만드는 과정은 굽혔던 팔을 펴서 상체만 번쩍 드는 게 아니고, 발을 굴러서 다리에서부터 움직임을 만들어서 부드럽게 올라오기 때문인 것일까. 영상에서는 에너지가 다리부터 흐르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 설명은 산재되어있던 느낌과 이해의 퍼즐들을 딱딱 맞춰준다. 업독에서 길게 쓰는 앞 쪽 허벅지와 가슴은 드롭백에서도 역시나 길게 펴야 하는 부분이고, 선생님과 드롭백을 연습할 때 "Stay in the legs", "Heels down"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절대 우연이 아닐 거다. 드롭백은 상체를 써본 적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정작 완성이 다리에 달려있는 신기한 동작인 것 같다.
영상을 감명 깊게! 보고 발에서 머리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니까 거짓말처럼 다리가 들린 채로 팔이 펴지고 상체가 올라왔다. 가지고 있던 근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몰랐던 걸까? 빈야사 방법을 바꾸고 한 달 정도 손목부터 팔꿈치까지가 아픈가 싶더니 금세 근육이 붙었다. 이제는 마이솔에서 거의 다 맞는 방법으로 빈야사를 한다. 이렇게 또 하나의 체크박스를 지워간다.
진작 알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영상을 보자마자 같이 수련하는 친구에게 눈물이 흘러넘치는ㅠㅠ 메시지를 폭탄으로 보냈다. 하루에 수십 번을 하는데 왜 몰랐을까... 드롭백을 시작하기 전부터 할 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강한 아쉬움에 억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마음에 불을 꺼야 할 때다.
많은 아사나 사이에서 연결된 문맥을 발견할 때마다 아쉬탕가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현명하게 구성되었는지 감탄하게 된다. 지난 숩타쿠르마사나에 대한 글에서도 썼지만 아사나는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반복되는 논리 속에서 나는 매트에 서는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확인하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강혹 부정당하는 믿음의 순수성을 되찾는다.
* 모든 사진은 Philippa Asher 선생님의 'Asana Practise Sheets'에서 가져왔다. 이메일로 허락을 받았고 http://ashtangaphilippa.com/asana-practise-resourses/ 에서 원본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 Purple Valley는 인도 요가 retreat 회사(?)로, 유튜브에 유명한 선생님들 인터뷰나 수업 영상을 올려주는 채널을 운영한다. 자연 배경이 예쁘고 아사나 설명을 잘해주는 것 같다. 'Retreat'은 어딘가로 떠난다는 뜻인데 좋은 리조트에서 쉬면서 휴가를 보내는 것도 retreat이라고 한다. 요가 retreat은 리조트에서 요가 선생님한테 소규모로 수업을 들으면서 쉬는 휴가 방식이다.
6th August 2019
#스웨덴 #아쉬탕가 #아쉬탕가요가 #마이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