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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 꿀 Oct 14. 2019

스웨덴의 가장 높은 산을 가다 1편

스톡홀름살이 12

스웨덴 어드벤처


우리 팀에는 나 말고도 러시아에서 온 여성 엔지니어 A가 있다. 엔지니어가 보통 다섯 명을 넘지 않는 작은 팀을 유지하는 조직에서 백엔드 여성 엔지니어가 두 명이나 되는 팀은 우리 부서에서 우리 팀이 유일하며 내가 은밀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늘 인복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주변에 늘 모르는 사람들에게로 해보지 않은 일로 안 가본 곳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귀인들이 있었다. 두 번째 회사에서는 A인 것 같다고 가끔 생각한다.

그녀는 러시아 출신이지만 스웨덴에 온 지 10년이 넘어서 스웨덴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시원시원하고 직선적인 성격으로 액티비티를 좋아해서 자전거와 수영을 즐기지만 그만큼 온갖 종류의 뜨개질을 사랑하기도 한다. 나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겨울에 뜨개질과 스키를 배웠고, 수영을 시작하는 강한 동기를 주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 스파게티는 A의 할머니의 레시피다.


A는 친구 D(역시 러시아 사람)와 즉흥적으로 키루나 하이킹을 계획했다. A는 하이킹을 여러 번 했지만 거의 15년을 스톡홀름에 살면서 키루나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이 항상 아쉬웠다고 한다. 하필 나와 A의 자리가 붙어있고 D에게 4인용 텐트가 있는 바람에 나 또한 충동적으로 키루나 하이킹을 함께 가기로 했다. 아직 텐트에 한 자리가 남는데 내가 하루 휴가를 낸 사이 옆 팀의 브라질 사람 F까지 합류하여, 러시아 2 브라질 1 한국 1 이라는 특이한 조합이 완성된다.

국적만 특이한 조합인게 아니다. A는 걱정도 불만도 생각도 말도 많은 성격. 나는 모두에게 새벽에 일어나 요가하고 무지 차분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D는 아직 안 만나봤지만 나와 비슷한 침착한 편이라고 했다. 문제는 브라질 친구 F. 그는 편리함이나 실용성을 돈 주고 사지 않는 신기한 사람으로, 북유럽에서 플리플랍 하나로 사계절을 나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종종 놀리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다 같이 스케이트를 타러 가서 밖에서 맨발에 플리플랍으로 덜덜 떨면서 기다리는 F가 얼마나 속 터졌는지 A가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배가 찢어질 것처럼 웃었다. 그뿐일까, 개발자이면서 문명과 멀어서 식기세척기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데 몇 년이 걸렸고 구글맵으로 길 찾기를 못한다.


키루나


남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뻗어 올라가는 스웨덴의 가장 북쪽에 키루나가 있다. 이렇게 북쪽에 가까운 탓에 키루나는 우리가 갔던 9월 중순부터 벌써 최저온도가 영하에 스웨덴에서 오로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또 세계적인 철광석 광산 도시라고 한다. 키루나 시내에서도 인위적으로 반듯하게 깎아내린 산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광산이다. 산이 거의 없고 일부러 개발할 필요도 없는 스웨덴에서는 분명 보기 드문 광경일 것이다. 키루나는 스톡홀름에서 기차를 타고 15시간, 비행기를 타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Kebnekaise(케브네카이제)는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빙하로 덮여있으면서 가장 높은 남쪽 봉우리를 오르는 것이 이 산의 메인 코스이자 우리의 목표다. 그런데 원래는 2,120미터였던 가장 높은 봉우리가 10년 사이 빙하가 녹으면서 2,095미터로 낮아져서 가장 높은 봉우리 타이틀을 빙하가 덮여있지 않은 다른 봉우리에게 최근 넘겨주었다.*


준비물


나는 운이 좋게 옷을 뺀 나머지는 전부 빌렸다. 텐트는 D가 4인용을 가져오고 캠핑 취사도구는 A의 것을 썼다. 침낭은 A가 자기 아이들을 위해 산 남는 침낭을 빌려줬고 하이킹용 가방은 A의 친구에게 빌렸다. F도 침낭은 다른 사람에게 빌렸다고 했다. 스웨덴에 살면 캠핑이나 하이킹을 많이 다니는지 침낭과 텐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등산 바지와 바람막이 자켓은 새로 샀다. 산 위에 날씨가 안 좋으면 고립될 수도 있다는 A의 걱정을 수십 번 들은 영향으로 나를 지켜줄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옷은 투자를 했다. 마음에 드는 바지를 마지막까지 찾아 헤매다가 노르웨이 브랜드 Norrøna를 입어보고 가벼우면서 부드러운 느낌에 반해서 다른 브랜드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도 바로 결제했다. 기차에서부터 키루나까지 사나흘을 주구장창 입은 결과 Norrøna 바지가 최근 산 옷 중에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저 기온이 영하인 날씨에 텐트에서 이틀 밤을 자야 하고 산 위에는 보통 눈이 온다는 이야기에 얇게 껴입을 수 있는 옷을 여러 개 챙겼다. 다운자켓 팔이 있는 것과 없는 것 하나씩, 레깅스, 울양말, 장갑과 모자 같은 것. 스카프는 안 가져가는 대신 목이 긴 이너를 샀다.

우리 일정대로라면 밖에서 총 네 끼니를 먹는다. 아침은 오트밀 재료를, 저녁은 진공 포장돼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캠핑 음식을 샀다. 커피 드립백도 사고 각종 군것질거리는 많이 많이. 나는 술을 많이 안 마셔서 생각도 안 했는데 술을 좋아하는 두 명은 와인을 두 병씩이나 사 오는 열정을 보였다.


목이 있는 등산화가 정석인데 나는 원래 가지고 있던 목 짧은 신발로 갔다. 너무 급하게 가게 돼서 신발을 사면 길들일 시간 없이 산에서 처음 신어야 하는 것이 무서웠다. 첫날 발에 상처가 나면 같이 간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고 나머지 여행을 망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발목이 약한 편이 아니라서 발목을 삐는 걱정은 안 했고 생각대로 다치지 않았지만... 다만 스웨덴의 산이 온통 돌 천지일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의 알려진 산은 대부분 등산로가 잘 닦여있어서 계단이 많은게 등산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간 곳은 우리나라와 딱 반대로 평지에 가까운데 큰 돌이 깔려있어서 돌 위를 딛거나 넘어 다녀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발목이 꺾이게 되고 신발의 지지가 없이는 발목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다. 나는 하이킹을 다녀와서 3일 정도 발목과 발등에 피로감을 느꼈다.


생각지 못하게 아주 유용했던 것은 헤드랜턴이다. 우리는 첫날 하이킹에서 밤 9시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마지막 한 시간은 깜깜해서 헤드랜턴을 켜고 걸었다. 트레일뿐만 아니라 텐트를 쳤던 캠프 주변도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이 전부라 밤에는 아주 어두웠다. F는 이번에도 아이폰 플래시가 있어서 살 필요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과연 편리함을 거부하는 그 다운 결정이다! 하지만 보조 배터리가 없어서 아이폰의 밝은 빛은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며 밤에는 혼자 움직이질 못했다.

하이킹 생초보인 내게 ‘불’을 준비하라는 말은 신기할 정도로 새롭게 들렸다. 상황을 생각해보고 ‘맞다, 불이 없지’라고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핸드폰을 충전할 전기도 마찬가지. 젤리를 제일 먼저 넣어놓고 진짜 필요한 헤드랜턴은 마지막 순간에 사서 밤에 겨우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가방 싸기는 결국 거대한 가방 안에 나의 의식주를(진짜 집은 다른 사람이 가져오지만) 만드는 일이었다.


일정과 교통편


우리의 3일 반나절의 일정은:

1) 목요일 퇴근하고 Stockholm역에서 기차 탑승, 약 15시간 (예약)

2) 금요일

2-1) 아침 Kiruna역에 도착

2-2) 오후 Kiruna에서 Nikkaluokta행 버스 탑승, 1시간 반 (예약)

2-3) Nikkaluokta에서 STF Kebnekaise Fjällstation(mountain station)까지 19km 하이킹, 약 4시간 반

3) 토요일 Kebnekaise 산행, 보통 왕복 12시간

4) 일요일

4-1) Nikkaluokta까지 하이킹

4-2) Nikkaluokta에서 Kiruna행 버스 탑승 (예약)

4-3) Kiruna역에서 기차 탑승 (예약)

5) 월요일 새벽 Stockholm 도착


Kiruna <-> Nikkaluokta 왕복 버스도 하루에 몇 대 없어서 우리는 미리 예약했다. 이런 일정, 기차와 버스 스케줄을 A가 미리 알아봐 준 덕분에 나는 똑같은 시간으로 사기만 하면 된 것에 고맙게 생각했다.


Night train


기차 침대칸, 키루나에 같이 가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이거야말로 통일이 되고 러시아까지 노선이 생기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해보지 못하는 경험! 진짜로 러시아에서 온 A와 D는 6-7시간짜리 밤 기차를 종종 탔다고 했는데 내가 처음이라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당연하지, 러시아는 정말 넓고 우리나라는 통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 단연코 가장 큰 걱정은 시설이 깨끗하며 기차 안에서 잘 수 있을까. 밤 기차를 타고 부모님 댁에 다니는 동료에 의하면 아늑하다고 하나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그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흔들리는 기차에서 잠을... 가능할까?


나는 갈 때는 여성용 6인실 벙커칸을, 올 때는 여성용 3인실 침대칸을 예약했다(벙커, 침대는 SJ 홈페이지 설명에 사용된 단어를 그대로 사용). 벙커칸은 시설이 좀 낡은게 예전에 쓰던 기차칸인 것 같다. 양쪽 벽에 침대 3개씩 만들 수 있는 구조고 딱딱한 매트리스만 달려있어서 시트를 직접 깔아야 한다. 나는 제일 높은 침대에서 잤는데 올라가고 내려갈 때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사다리를 쓰려면 바닥과 테이블에 있는 짐을 다른 사람들이 전부 치워야 해서 포기하고, 반대편 침대를 딛고 다리를 찢고 어딘가에 매달려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아늑하다는 동료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어서 난 여기서 꽤 잘 잤다. 아래 있던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웃는 소리나 핸드폰 빛이 호스텔이었다면 거슬릴법한데 금방 잠들었다. 기차의 규칙적인 움직임이 신기하게 잠을 몰고 왔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귀마개를 가지고 타라. 내 주변 사람들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왼쪽이 벙커칸, 오른쪽이 침대칸. 벙커칸은 양쪽에서 매트리스가 내려온다.


가는 길에는 여자 아이들 세 명, 할머니 한 분과 같이 탔다. 아이들은 18살이고 나처럼 키루나 하이킹을 간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의 아버지가 키루나를 다섯 번이나 다녀와서 많은 것을 미리 배우고 온 것 같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나이로 19살, 20살 되는 어린 사람들이 스스로 텐트를 치고 하루에 12시간을 걸으러 온다는 것은 결심 자체로 대단한 용기인 것 같다. 나는 이 아이들과 하이킹 코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중간에 배를 탈 수 있는 것을 처음 들었는데 강으로 내려온 빙하를 볼 수 있어서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한다.

가방 안에는 탄산음료가 가득했고 저녁과 아침으로 식빵에 땅콩버터를 발라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무슨 언어인지 물어봐서 한국어라고 하니까 자기 학교에 한국에서 입양된 친구가 있다고 했다. 내릴 준비로 창문을 거울 삼아 서로 머리를 따주던 소녀들. 똑같은 벼머리를 하고 어른들 사이로 사라지던 그들의 발자국에는 어떤 다른 생각이 고이는지 궁금했다.


집으로 오면서 탔던 침대칸은 제대로 된 매트리스에 침대가 이미 정돈되어있다. 한쪽 벽만 침대고 나머지 반대편은 작은 세면대와 옷걸이가 있다. 침대칸에는 샤워도 있고 심지어 수건도 준다. 같은 칸 사람들만 시설을 쓸 수 있도록 방마다 있는 화장실과 샤워용 카드키를 들고나가서 호텔처럼 카드키로 문을 여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월요일 아침에 도착해서 휴가를 쓰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침대칸 때문이다. 피곤해서 어디서든 잘 잤겠지만 침대칸에서는 좀 더 편안하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잘 수 있다. 가격은 벙커칸과 100~200 크로나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시설은 만족 만족 대만족. 나중에 밤 기차를 탈 일이 생기면 다시 3인용으로 예약할 것 같다.


캠프로 가는 길. 늦은 오후의 어둑어둑한 길


케브네카이제의 발 밑으로


전체 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힘들었던 코스는 STF Kebnekaise Fjällstation까지 가는 20km 구간이다. 침낭, 텐트, 음식, 옷 같은 모든 짐을 배낭에 넣으면 몸이 배낭에 묻힐 정도로 크고 무거워지는데 이렇게 거대한 가방을 짊어지고 이미 피곤한 상태로 4시간 넘게 걷는 것이 정말 정말 힘들었다. 하이킹용 가방은 힘을 많이 분산시켜서 막상 어깨에 매면 보기보다 무겁지 않고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컨디션이 괜찮은 두 시간 정도 이야기고,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가방은 내 평생의 업보이며 미련함의 결정체이자 죄책감이 된다. 걷는 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가방 안에 들어있는 것을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펼쳐보며 하이킹은 3일밖에 안되는데 먹고 자고 움직이는데 왜 이렇게 많은 짐이 필요한 걸까, 나를 건사하는 일이 이렇게나 번거롭고 무거운 일인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차를 타고 산 바로 아래까지 가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등산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20km를 걷는다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 그러니까 캠프로 가는 여정 또한 키루나 하이킹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멀리 보이지만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산은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 숨은 것 같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같고, 산을 타기 전 사람들을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길을 지나는 짧은 강에서 잠깐 배를 타거나 아예 헬리콥터를 타지 않는다면 교통수단은 두 다리밖에 없다. 그래서 케브네카이제는 몸과 스스로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의 물건만을 허락한다. 다른 사람들 모두 최소한의 생필품을 들고 두 다리로, 왔다가, 간다.

케브네카이제의 발 밑으로 가는 길.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이 길이 정말 힘들었지만 산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좋았다. 여기에는 사람 사는 곳을 벗어나 자연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극적인 느낌이 있다.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몇 분만 걸으면 거짓말처럼 적막하고 넓은 길이 펼쳐지는데 바로 옆에서 큰 물소리가 들리지만 신기하게도 평지에는 짙은 고요가 있어서 우리의 발소리마저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등산로 초입


케브네카이제의 등을 타다


텐트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F는 캠프까지 가는 첫날 이미 다리에 무리가 와서 산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일찌감치 일어나 오트밀과 커피로 아침을 먹었고 등산 스틱과 아이젠을 빌려서 하이킹을 시작한 게 아침 7시 정도였다. 산에 올라갈 때는 가벼운 작은 배낭을 가져갔는데 혹독한 트레이닝 덕분인지 거의 아무것도 매지 않은 것 같았다. 서로 내색은 안 했지만 우리 모두 전날의 여파로 피곤한 상태였다. 계속 나와 F보다 앞서 걸었던 A와 D에게도 4시간 넘게 걷는 길이 쉬웠을 리 없다.

날씨가 맑은 것은 운이 좋았다. 혹여 눈이나 비가 올까 우리는 가기 전부터 키루나 날씨를 걱정하고 자주 확인했는데, 다른 날은 일기예보가 번번이 바뀌어도 등산을 가기로 한 토요일에 항상 해가 떠있는 것이 희망적이었고 예보대로 정말 화창한 아침이었다.


처음 3km 정도는 평지와 야트막한 언덕을 걷는데 추운 나라의 북쪽답게 큰 나무 한 그루 없이 사방의 시야가 트여있었다. 키가 작은 나무들의 이미 잎사귀가 노랗게 변한 것이 꼭 시계를 빨리 돌려 가을이 온 것 같았다. 앞에 비슷한 시간에 출발한 사람들의 알록달록한 가방이 노란 길 사이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피부가 까맣고 흰머리가 난 봉우리를 눈 앞에 두고 평지인 길을 계속 걸었다.

경사를 오르기 시작하면서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큰 계곡도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근처에 가기만 해도 물의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중 하나를 건너다가 아침부터 내린 눈인지 비 때문에 살얼음이 낀 돌에서 넘어져서 한쪽 발이 물에 빠졌다. 진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었다. A의 여분의 양말을 빌려 신었는데 젖은 신발이 쉽게 마르지 않아서 금방 발이 척척해졌다. 나중에 허벅지에 큰 멍을 찾았는데 미끄러지면서 다리를 돌에 부딪혀서 생긴 것 같다. 이때부터 빠르게 다리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산책이 끝나고 두 번째 스테이지의 시작이다.




* https://edition.cnn.com/travel/article/sweden-highest-mountain-climate-change-intl-scli-trnd-travel/index.html


19th September 2019


#스웨덴 #스웨덴하이킹 #키루나 #케브네카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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