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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 꿀 Jan 02. 2021

2021년 1월 1일

내일을 시작하는 일기

작년 1월 1일에는 쿠바에 있었다. 비행기에서 오렌지처럼 뜨는 해를 보았고 혁명광장에서 커다란 체게바라와 사진을 찍었다. 올해는 31일에서 1일로 넘어가는 새벽, 집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여기는 12시 반부터 가끔 펑 펑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다가 0시가 되면 사방에서 폭죽을 쏘아 올린다. 사실 하나씩 보면 대단할 것 없는 스케일인데 불꽃놀이가 오랜만이라서인지, 1월 1일이라 그런지, 어쩐지 뭉클하고 소원을 빌고 싶은 마음으로 이곳저곳에서 서로 이야기하듯 하늘로 날카롭게 올라가서 별처럼 부서지는 불꽃을 한참 쳐다봤다. 한국에서 가요 시상식을 하릴없이 돌려보다가 제야의 종 타종행사만큼은 집중하고 앉아서 쳐다보던 생각도 났다.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하우스메이트와 떡국을 끓여서 먹고 커피에 케익까지 챙겨 먹었다. 그리고는 누웠다 앉았다 하며 계획 없이 놀다가 이불 빨래를 하고 화분들을 챙겼다. 시원하게 샤워기로 목욕시키고 영양제를 놓고 꺼진 흙을 채워주는 일을. 여름에 선물 받은 아끼는 유칼립투스는 겨울부터 잎이 마르고 있는데 햇빛 때문인 것 같다. 11월부터 햇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어두운 날씨가 이 친구들도 힘들 것이다. 우리 집에서 여름부터 나고 자란 가지를 자르는데 속이 상했다. 봄까지 조금만 더 견뎌줬으면 좋겠다.



나는 취미나 덕질을 시작하면 좀처럼 그만두지 않는 끈질긴 습성이 있다. 대부분의 '좋다'라는 감정은 대상을 불문하고 몇 년이고 계속 갔다. 그래서 한 대상을 향한 좋아함, 하나의 활동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란 감정은 내 인생의 챕터들을 몇 개씩 관통했고, 당시의 챕터를 사는 내가 숨을 고를 때 이전에 쌓아놓았던 익숙함과 편안함에 기대고 쉴 수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좋아하던 방탄을 스웨덴에 오고나서부터 해외투어를 돌기 시작한다거나, 한국에서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하던 요가를 계속하는 일들 말이다. 한국에서 징글징글하게 끼고 살았던 애착 인형 또한.


글을 쓴다는 것 역시 내게 그런 의미가 있다. 올해 블로그 업로드가 뜸했지만 종이 다이어리만큼은 꾸준히 쓰고 있었고 블로그 또한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올리는 글이 점점 길어지는데 이게 적합한 길이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고, 중간까지 썼다가 엎어버린 주제들을 어딘가에 잘 정리하는 방법이나 새로운 매거진 주제에 대한 고민도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의 삶을 더 촘촘하게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는 좀 더 일상에서 일어난 이벤트와 감정을 짧은 호흡으로 써서 올리는 방향으로 블로그를 굴리려고 한다. 이런 방법이 훗날 글쓰기와 블로그가 인생의 다음 챕터까지 이어져서 미래의 나를 더 잘 도와줄 것 같다.



복의 사전적 의미는 행운이다. 행운보다는 변화가 많은 1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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