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회사도 정리해고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업계에 있으면서도 남의 회사에 일어나는 일이려니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했던 구조조정이 어느새 바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감이 없다.
정리해고 대상자들은 redundant position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누군가와 중복된다는 것이다. 영국 영어에서는 redundant라는 단어가 그 자체로 '정리해고된'이라는 뜻도 있다. 같은 팀의 개발자 중 한 명이 redundancy라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나는 휴가로 잠깐 한국에 와있다. 당일 EM이 팀에 있는 개발자들하고 면담을 전부 했다는데 나는 휴가니까 너는 영향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회사 일하는 시간인 한국 저녁시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회사 친구들에게 서로의 생사를 묻는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 우리 팀 한 명이 해고당한 것을 어떻게 알고 나한테는 영향이 없는지 걱정하며.
보통 layoff를 하면 하루이틀 안에 회사 계정을 잠가버리는데 우리는 다행히(?) 하루의 시간이 있어서 통보가 있은 다음날 다 함께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도 저녁부터 계속 슬랙을 보다가 회의를 놓치지 않고 들어갔다. 나와 각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갑작스러움 때문인지 눈물이 나서 나도 놀랐다. 아마 회사에서 여태 알고 지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던 것 같다.
Edit: 나라마다 노동법이 달라서 바로 액세스를 끊을 수 있는 나라가 있는 반면 (아마도 미국. 정확하지 않음), 법적으로 통보 후 일정 기간의 시간차를 두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해고가 아주 쉬운 나라가 있고 아주 어려운, 혹은 거의 불가능한 나라가 있다. 후자의 경우 Buyout offer를 바로 받지 않고 오퍼를 다시 협상하거나 회사에서 나의 자리를 다시 얻어내기 위한 법적인 절차를 밟는다.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그 친구의 해고가 내 책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네 명 밖에 없는 팀에서 중복되는 역할을 하도록 놔둔 책임. 긍정적이지 못한 피드백을 준 점. 대상자들을 고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몇 천명이 되는 개발자들이 받은 피드백을 전부 읽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내 피드백이 어딘가에서 그를 낮은 그룹으로 분류하는 일에 일조하지는 않았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도 나는 그가 필요한 피드백을 적었고 내 이름으로 피드백으로 전달하는 데에 꼬박 이틀이 걸릴 만큼 고심했지만, 피드백이 정리해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봤을지도 모른다.
잔디처럼 솎아진 사람들 사이에는 연차에 딱히 대중이 없다. 회사 1년 차부터 10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이메일로도 마지막 인사 메일이 많이 왔는데 해고를 당했지만 13년 다닌 이 회사와 헤어지는 일은 힘들다던 누군가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난다.
얼마나 우울한 휴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