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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피 Mar 30. 2022

자기가 한 말에 혼자 미친듯이 웃는건 나만 그런가?

글쓰기 연습 002

가끔 누군가에게 농담을 하고 스스로 웃겨서 미친듯이 웃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상대방을 웃기려고 시작한 농담이었는데 막상 혼자 웃음이 터져 정작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고 혼자 미친듯이 웃게된다. 돌이켜보면 하나도 웃기지 않는데 도저히 웃음이 멈춰지지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일이 회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면 너무나도 민망하면서도 그 민망함 때문에 더 웃음이 나온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팀원 분들 중 한 분이 곧 출산휴가를 가셔서 다른 팀원들과 같이 출산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출산하면 탈모 오는 경우가 있어서 탈모샴푸가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그 말을 듣고 댕기머리 샴푸가 떠올라 그대로 답하고는 혼자 사무실에서 미친듯이 웃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끅끅대는게 너무 민망해서 안웃으려고 했는데 그랬더니 더 웃음이 나왔다.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서 급하게 자리 옆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마치 무언가를 배출하듯 내 안에 쌓인 웃음을 밖으로 배출해냈다. 나중에는 눈물마저 흘렸다. 


나름대로는 웬만해선 선물로 안 줄법한 물건인데다 이름도 웃긴 물건을 말한게 웃긴 포인트였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혀 웃기지가 않는다. 많이 웃겨야 피식할 정도. 근데 그 때는 뭐가 그리 웃겼던건지 모르겠다. 참고로 당시에 그 말을 들은 팀원들 7명 중 웃은 사람은 한 명 뿐이었는데, 그 분은 댕기머리 샴푸가 웃긴게 아니라 혼자 말하고 혼자 웃는 나를 보며 웃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웃음보가 터지는 것에도 한 가지 장점은 있다. 이유가 뭐든 미친듯이 웃고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혼자 웃고 혼자 행복해지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각박한 세상에 이렇게라도 웃는게 어딘가 싶다. 나 너무 긍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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