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006
오늘도 글이 너무 안써졌다.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 글의 주제를 고민하고 그 중 몇가지 끌리는 가닥을 잡아 글을 써내려갔지만 몇줄 이상 써지지가 않았다. 혹시나 내가 무의식적으로 글의 완성도에 신경쓰느라 그런건가 싶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그것 때문이었다면 글의 내용이 정리가 안될지언정 적어도 어떠한 내용들이 써져야 할텐데 애초에 그조차 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브런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글들을 찾아봤다. 특히 내가 지금 쓰고자하는 유형인 일기 혹은 에세이 형식의 글들을 위주로 글의 내용부터 글에서 사용한 단어들까지 주의깊게 읽어봤다. 그랬더니 내가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들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본인이 경험한 구체적인 사건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하...?
돌이켜보니 과거에 글이 잘써졌던 내 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어떤 구체적인 사건에서 무언가를 깨닫거나 느껴 이를 가지고 글을 쓴 경우들이었다. 아무래도 사건이 구체적이다보니 그 사건과 관련한 경험들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한 편의 글이 완성됐던 것 같다. 마치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면서 현재의 분량까지 당시 있었던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며 쓴 것처럼 말이다.
이 관점에서 생각하니 그동안 매일 글을 쓰는게 힘들었던 이유가 단순히 능력 부족 외에도 애초에 글로 쓸만한 사건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어떤 문제의 해결방안을 기획하며 보내다보니 생각이나 감정을 일으키는 사건 자체가 별로 없었다. 일하는 중간중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시콜콜한 내용들이라 그걸 가지고 매일 글을 쓰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가끔 여러 생각과 감정이 드는 일들이 생겨도 대부분 공개적으로 밝히기에는 어려운 내용들이었다.
이 상황에서 글을 쓰려다보니 자꾸 사소한 사건들을 가지고 생각과 감정을 짜내거나 그 날 하루와 그다지 관련없는 평소의 생각들을 끄집어내는데 집중하게 되고, 그럴수록 글 쓰는게 더 어려워졌던 것 같다. 다행히 오늘은 이 깨달음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 남은 구십여일동안이 문제다. 어서 빨리 글쓰는 능력이 향상돼서 주변의 풍경만으로도 글이 술술 써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에게 맞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