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게 하는 조언에 감정이 실린다면 그것은 분명 그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감정이 실린다는 것, 공감이 된다는 것은 본인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문제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현재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그 역시 자신이 상대방에게 한 조언처럼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도 상대방과 같은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만일 상대방이 그의 조언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면 그는 아마 감사할 필요가 없다며 얼굴을 붉힐 것이다. 칭찬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실은 그 조언이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실은 자신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를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 애초부터 상대방이 원했던 것은 조언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존재해주기를 바랐던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로 인해 그로 인해 고독한 삶의 과정 속에 자신의 옆에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길 바랐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와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도, 상대방도, 모두 힘을 얻었을지 모른다. 상대방을 빌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거나 또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위로를 받으며. 의미는 결국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